한국 대표팀이 우승 도전에 나섰던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남은 ‘에이스’ 손흥민(27·토트넘)의 얼굴엔 아쉬움이 가득했다. 영국에서 연말연시 쉴 틈 없이 이어지는 소속팀 일정을 소화하다가 아시안컵 조별리그 막바지에 대표팀에 합류, 아랍에미리트(UAE)에서 강행군을 이어갔지만, 대표팀은 8강에서 카타르에 일격을 당해 예상보다 일찍 탈락했다. “그동안 잠도 제대로 자지 못했다. 몸 상태가 좋았던 적이 별로 없었다”며 제 몫을 하지 못했다는 자책 속에 영국으로 돌아간 손흥민은 다시 뛰었다.
31일(한국시간) 왓퍼드와의 2018-2019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4라운드 홈 경기에서 터진 그의 골은 쌓인 피로와 마음고생을 모두 떨치는 계기가 될 만한 한 방이었다. 이 경기에서 손흥민은 토트넘이 0-1로 끌려다니던 후반 35분 매서운 왼발 슛을 꽂아 답답하던 팀의 공격을 살려내며 2-1 역전승에 앞장섰다. 토트넘이 전반 한 골을 먼저 내준 이후 쉽게 반격하지 못하던 상황에서 손흥민이 온 힘을 짜내 만든 득점포였다.
이 골로 손흥민은 프리미어리그에서 9호(시즌 전체 13호) 골을 기록하며 3년 연속 리그 두 자릿수 돌파를 앞뒀다. 그는 프리미어리그에서 2016-2017시즌 14골(시즌 21골), 2017-2018시즌 12골(시즌 18골)을 넣었다. 이번 시즌엔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과 국가대표팀 경기 출전 여파로 피로가 누적돼 개막 이후 두 달 넘게 지나서야 첫 골을 신고했으나 지난해 12월 맹활약 등을 통해 득점을 차곡차곡 쌓아 어느덧 리그 10골 돌파가 임박했다. 손흥민이 돌아와 득점포를 다시 가동한 건 토트넘 입장에선 그야말로 가뭄의 단비와 같다.
UAE를 오가며 연이은 경기를 소화하느라 피로를 채 씻어내지 못한 손흥민에게 복귀전 풀타임을 맡겨야 할 정도로 토트넘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골잡이 해리 케인이 발목 부상으로, 주로 손흥민 등과 2선에서 호흡을 맞추던 델리 알리는 햄스트링 부상으로 경기에 나설 수 없다. 두 선수가 연이어 전력에서 이탈하고 손흥민마저 자리를 비우면서 토트넘은 최근 잉글랜드 리그컵(카라바오컵)과 FA컵에서 모두 탈락했다. 리그에선 승리와 패배를 번갈아 기록하며 상승세를 이어가지 못했다. 그러나 돌아온 손흥민이 공격진에서 고군분투하고 직접 해결하며 활기를 불어넣은 덕분에 리그에서는 연승을 이어가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토트넘(승점 54)은 사흘도 채 쉬지 못하고 다음달 2일 밤 뉴캐슬과 리그 홈 경기를 펼친다. 맨체스터 시티(승점 56)와 승점 2 차이로 2위 도약이 가시권에 들어왔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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