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하나의 중국’ 원칙을 고수하며 대만을 강력하게 압박하고 있는 가운데 미국 백악관에서 대만에 대한 미국의 지지를 드러내는 지도가 나와 화제를 모으고 있다.
3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과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은 지난 28일 워싱턴DC 백악관에서 연 기자회견을 통해 베네수엘라 국영 석유 기업 PDVSA에 대한 제재를 발표했다. 유럽연합(EU)과 남미국가 등 국제사회에서 ‘반(反) 마두로’ 전선을 주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정권의 돈줄 역할을 하는 국영 석유 기업제재에 나서겠다는 게 핵심 내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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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대만 네티즌들의 눈길은 다른 곳으로 향했다고 SCMP는 전했다. 기자회견을 하는 볼턴 보좌관과 므누신 장관 뒤쪽에 내걸린 세계 지도에 중국과 러시아는 붉은색으로 칠해져 있었지만, 대만은 이와 다른 색으로 칠해져 선명한 대조를 이뤘던 게 눈에 띈 것이다. SCMP에 따르면 대만에서 가장 큰 인터넷 게시판인 PTT에 올라간 관련 게시글에 대만이 중국의 일부라는 ‘하나의 원칙’을 내세우는 중국 정부를 조롱하는 댓글이 500개 이상 달린 것으로 나타났다. 한 네티즌은 “중국 네티즌들은 이제 백악관에 대해 불매운동을 펼친 것인가”라고 조롱했고, 다른 네티즌은 “그들(중국)은 백악관이 사과하게 할 수 있을 것인가”라는 글을 올리기도 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 2일 ‘대만 동포에 고하는 글’ 발표 40주년 기념실 연설을 통해 “취할 수 있는 모든 조치의 옵션을 갖고 있다”며 대만 독립 움직임이 구체화할 경우 무력사용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드러내며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중국에 진출한 글로벌 기업들도 중국 당국의 압박에 굴복하고 있다. 미국 의류업체인 ‘갭’은 중국 지도가 새겨진 티셔츠를 팔다가 지도에 대만이 빠졌다는 중국 누리꾼의 거센 비판을 받고 사과해야 했으며, 세계적인 호텔 체인 JW 메리어트, 의류 브랜드 자라 등도 비슷한 이유로 공개 사과를 했다. SCMP는 “대만 독립 성향인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2016년 총통으로 당선된 후 중국과 대만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며 “대만 네티즌들은 대만에 대한 압박을 강화하는 중국에 맞서 트럼프 행정부가 대만 지지의사를 나타낸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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