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정국이 김경수 경남지사의 1심 실형 판결에 따른 여야의 충돌로 대혼란에 빠졌다.
김태우·신재민 폭로 사건과 무소속 손혜원 의원, 자유한국당 장제원·송언석 의원의 이해충돌 논란 등 쟁점 현안을 둘러싼 여야간의 대치가 김 지사의 법정구속을 계기로 절정으로 치닫는 모양새다.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김 지사의 법정구속을 고리로 여권을 향한 공세 수위를 한껏 끌어올렸다. 특히 일부 야당은 ‘드루킹’ 일당과 공모해 댓글 조작을 벌인 혐의로 기소된 김 지사에게 실형 판결이 내려지자 2017년 대선 여론조사 개입 의혹을 제기하며 청와대를 정조준했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특검 주장도 등장했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야당의 공세는 대선 결과를 부정하는 시도라며 촛불혁명의 주체인 국민의 심판을 받을 것이라고 맞받아쳤다.
이처럼 야권의 대선 정당성 의구심 제기와 여권의 적폐청산 사법개혁이 여야 충돌 지점으로 급부상하면서 한국당의 국회 보이콧으로 불투명했던 2월 임시국회는 더욱 오리무중에 빠진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이날 문희상 국회의장과 국회 운영위원회 위원들과의 오찬 간담회가 얼어붙은 정국을 녹일 여야 협상 창구로 주목받았지만,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가 일정상 불참 의사를 밝혔다. 또한 여야 5당 원내대표와 국회 심상정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위원장의 선거제 개혁 논의 회동엔 나경원 한국당 원내대표가 불참하면서 여야 협상 테이블이 마련되지 못했다.
나 원내대표는 이날 당 회의에서 “문재인 대통령은 최측근인 김 지사의 댓글 조작을 어디까지 알고 있었는지 답하고, 이에 해명해야 한다”며 “특히 오사카와 센다이 총영사 자리가 대가로 제공됐다는 취지의 판결이 나온 만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의 관여 부분에 대해 검찰 수사를 해야 한다”고 밝혔다. 한국당은 이날 청와대 분수대 앞에서 대선 여론조작 의혹과 관련한 청와대의 해명을 촉구하는 긴급 의원총회를 열고 여권을 압박했다.
김관영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김 지사는 문 대통령 대선 경선 시절 수행 대변인 역할을 했고 대통령의 핵심 측근”이라며 “문 대통령은 이 문제에 관해 대국민 사과와 함께 책임 있는 대책을 내놔야 한다. 어물쩍 넘어갈 일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정동영 민주평화당 대표 역시 “5년 전 국가정보원 댓글 조작으로 수렁에 빠진 박근혜정권의 사건이 떠오른다”며 “개혁을 하지 않으면 이 정권도 실패할 수밖에 없다는 경종”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맞서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책조정회의에서 “‘양승태 적폐사단’이 벌이는 재판 농단을 빌미 삼아 정치적 이익을 도모하고, 나아가 온 국민이 촛불로 이룬 탄핵을 부정하고 대선 결과를 부정하려는 시도에는 단호히 맞서겠다”며 경고성 메시지를 날렸다. 민주당은 이번 재판을 사법농단 적폐세력의 ‘보복성 판결’로 규정했다. 민주당은 김경수 지사의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법 성창호 부장판사가 사법농단 혐의로 구속된 양승태 전 대법원장의 비서실에서 근무했던 이력 등을 근거로 제시하고 있다. 민주당 ‘사법농단 세력 및 적폐 청산 대책위원회’는 이날 오후 1차 회의를 하고 사법농단 세력의 인적청산을 포함한 사법개혁 방안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민주당의 보복성 판결 주장을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을 훼손하는 행위라고 거세게 비판했다. 김병준 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은 “증거와 법리를 갖고 내린 사법부 판결에 대해 집권당이 공격하는 것은 우리 헌법에 명시된 삼권분립에 대한 정면 도전”이라고 역설했다. 김 바른미래당 원내대표도 “민주당이 법원 판결을 부정하려 하는데 이는 삼권분립과 사법부 독립을 저해하는 심각한 행위로, 박근혜 전 대통령을 추종하는 세력이 탄핵 판결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것과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노진표 인턴기자 jproh93@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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