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댓글 조작’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드루킹’ 김동원씨의 범행은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된 후 청와대 관련 사안에 대해서도 진행된 것으로 드러났다.
3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의 김 지사 1심 판결문을 분석한 결과 인터넷 뉴스 기사 댓글 작업을 통한 여론 왜곡은 19대 대선과 2018년 지방선거에 국한되지 않았다. 판결문에 명시된 김 지사의 사건 범행 전반에 대한 관여 부분을 보면 2017년 탁현민 청와대 행정관과 박성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 임명과 관련한 댓글 작업 행위가 적시됐다. 청와대가 진행하는 인사 임명 등에 대해 우호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가 긴밀히 공모한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당시 드루킹 김씨는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이었던 한주형씨에게 “김경수 의원이 추천한 사람이 탁 행정관이라는 것을 알려줬으면 (부정적 여론을) 초기에 막았을 텐데 모르고 방치하다 일이 커졌다”고 텔레그렘 메시지를 보냈다. 이어 “엊그제부터 나오는 기사는 바로바로 대응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아울러 “탁현민에서 밀리면 그다음은 청와대 연설비서관 신동호 등으로 공격이 이어질 것을 우려해 김 지사가 총대를 멘 것”이라는 메시지도 덧붙였다.
박성진 장관 후보자의 청문회 성사를 위해 김 지사가 드루킹 측에 도움을 요청한 정황도 드러났다. “박성진이 날아가면 청와대 민정수석과 인사수석 둘 다 교체될 것이 우려되므로 조금 어려워도 지키는 방향으로 가야 될 것 같다”는 메시지를 김 지사가 작성한 것으로 보인다고 법원은 판단했다.
이외에 도두형 변호사의 인사청탁 과정에 송인배 전 청와대 정무비서관과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이 관여한 정황이 판결문에 적시됐다. 재판부는 드루킹 김씨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질 무렵인 지난해 3월21일 백 전 비서관이 도 변호사에게 연락해 오사카 총영사로 가고자 하는 이유를 묻는 등 면접 형식의 대화를 나눴다고 파악했다. 앞서 같은 달 2일에는 드루킹 김씨가 송 전 비서관을 만나 도 변호사의 이력서를 전달한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법원은 이 같은 판단의 근거로 김 지사와 드루킹 김씨가 나눈 텔레그램 메시지, 통화 내역, 핵심인물들의 문서 자료 등을 들었다. 총 170쪽의 이번 사건 판결문 중 증거목록 나열에만 20쪽이 할애됐다.
김 지사는 공식 휴대폰 외에 비선용 휴대폰을 하나 더 만들어서 드루킹 김씨와 연락을 취한 것으로 확인됐다. 법조계에서는 특검이 수집한 디지털 포렌식 자료와 증인 진술 및 국회 출입기록 등 촘촘한 증거 그물망 때문에 김 지사가 빠져나갈 구멍이 없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재판부는 “드루킹 측의 진술 등이 ‘직접증거’는 아니지만 대법원 판례에 따라 간접사실 증명에 의한 정황증거로서 인정된다”고 강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