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시장이 갈수록 얼어붙고 있다. 초급매만 팔리는 가운데 1월 들어 거래가 전달에 비해 절반 이상 줄었고, 한 달새 실거래가가 2억 원 하락한 단지까지 나왔다. 급기야 서울 강남 4구 아파트 값이 6년 4개월 만에 최대 낙폭을 기록하기도 했다. 아파트 전세가 역시 연일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는 상태다. 전문가들은 설 이후 거래 활성화 여부가 향후 시장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잣대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31일 한국감정원에 따르면 1월 넷째 주(1월 28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0.14% 떨어진 것으로 집계됐다. 지난주(-0.11%)보다 내림 폭이 더 커진 것이면서 최근 12주 연속 하락세가 계속되는 양상이다. 이에 서울 아파트 값은 올해 들어 현재까지 0.43% 하락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동안 1.33% 상승한 것과는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 것이다.
서울 하락세를 주도하는 주인공은 강남권이다. 강북 14개 구는 이번 주 -0.07%의 변동 폭으로 지난주와 같은 수준을 보였지만, 강남 11개 구는 -0.19%로 지난주(-0.13%)보다 하락 폭이 더 커졌다.
특히 이 중에서도 강남 4구의 하락세는 더 강했다. 이번 주 강남 4구 아파트값은 0.35% 떨어져 2012년 9월 4주(-0.41%) 이후 330주 만에 최대치로 떨어졌다. 강남 4구 모든 구가 지난주보다 내림 폭이 커진 가운데 강남구가 -0.59%, 서초구가 -0.26%의 하락률을 보였다. 송파구와 강동구는 각각 0.17%, 0.31%로 큰 폭의 내림세를 기록했다.
현지 중개업소 및 실거래가 자료를 보면 한 달 새 2억 원 가량 떨어진 단지가 나오기도 했다. 강남구 개포동 ‘개포 주공4단지’ 전용 42㎡가 이번 달 들어 14억 500만 원에 손바뀜이 일어났는데, 이는 지난 달 실거래가(16억 5,000만 원)보다 2억 원 이상 하락한 수준이다. 한국감정원 관계자는 “이제 막 재건축이 본격화 된 개포동 중층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수 억 원씩 가격을 낮춘 매물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강남구 도곡동 도곡1차아이파크 전용 130㎡도 지난해 12월 17억 3,000만 원에 거래됐는 데 올 1월에 1억 원 가량 하락한 16억 3,000만 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1월 들어 추가 가격 하락이 이어지면서 최고가 대비 낙폭도 커지고 있다. 송파구 잠실동 ‘트리지움’ 전용 84㎡은 지난해 9월 17억 4,000만 원에서 올 1월 15억 1,000만 원으로, ‘엘스’ 전용 84㎡는 지난해 9월 16억 4,000만 원에서 올 1월 14억 8,500만 원으로 떨어졌다. 서초구 양재동 우성아파트 전용 84㎡도 지난해 8월 11억에서 올 1월 10억 5,000만 원으로 내렸다.
거래 절벽은 더 심화 되고 있다. 올해 들어 현재(1월 31일 기준)까지 국토부에 등록된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 건수(계약일 기준)는 총 528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12월 1,274건과 비교하면 58% 가량 감소한 수치다. 거래절벽은 고가 아파트에서 더 심하다. 1월 거래된 528건을 분석한 결과 9억 원 초과는 고작 65건에 불과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더욱 얼어 붙고 있다”며 “설 이후 거래 활성화 여부가 시장 향방을 가늠해 볼 수 있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다”고 말했다./이완기·이주원기자 kinge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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