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제재를 받고 있는 베네수엘라가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금을 대량으로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로이터통신은 31일(현지시간) 소식통을 인용해 베네수엘라가 수일 내에 유로화 현찰을 받고 15톤 규모의 금을 아랍에미리트(UAE)에 매각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소식통은 베네수엘라가 자국 통화인 볼리바르화 가치를 지지하기 위해 지난 26일 금 3톤을 선적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소식통은 2월까지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이 보유한 금 29톤을 매각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앞서 베네수엘라는 지난해 터키에 대부분 정제되지 않은 금 9억 달러(약 1조원)어치를 수출한 바 있다. 베네수엘라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으로 베네수엘라는 자국 중앙은행과 영국은행에 132톤의 금을 보관하고 있다. 베네수엘라 정부는 최근 주 수입원인 석유 생산이 줄고 미국의 잇단 제재로 신용거래가 어려워지자 보유하던 금을 매각해 자금을 마련해왔다.
미국은 국제사회에 베네수엘라의 자금 확보에 동참하지 말 것을 경고하고 있다. 마르코 루비오 공화당 상원의원은 이날 “누구든 베네수엘라 금을 운송하면 미국의 제재를 받을 것”이라며 미국 주재 UAE 대사관을 향해 경고 트윗을 날렸다. 앞서 존 볼턴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보좌관도 트위터를 통해 베네수엘라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을 ‘마두로 마피아’라고 지칭하면서 석유 등 각종 거래를 하지 말 것을 무역업자들에게 요청했다.
미국의 이러한 요청에 따라 영국 중앙은행은 최근 베네수엘라 정부가 12억 달러 상당의 금을 인출하려 했으나 거부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지난 25일 보도하기도 했다.
베네수엘라에서는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이 지난 23일 자신을 ‘임시 대통령’이라고 선언한 뒤 미국 등 우파 국제사회의 지지 아래 정권 퇴진 운동을 이끌고 있다.
/김창영기자 kcy@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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