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술을 마시다 지인을 살인하려 한 30대 남성이 재판에서 충동조절장애를 호소했지만 “정신병 수준이 아니면 심신미약을 인정할 수 없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살인미수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박모(32)씨의 상고심에서 징역 3년10개월을 선고한 원심 판결을 확정했다고 11일 밝혔다.
박씨는 2017년 8월 지인과 술집에서 술을 마신 뒤 지인 집에 가 술을 더 마시는 과정에서 피해자가 반말을 하고 뺨을 두 대 때리자 격분해 흉기로 목과 머리 등을 찔러 죽이려 한 혐의를 받았다. 박씨는 피해자가 출혈 부위를 누르며 도망가는 바람에 살해의 뜻은 이루지 못했다. 그는 같은 해 7월 자신의 이별통보에 욕설을 하며 화를 내는 여자친구를 주먹과 발로 폭행한 혐의도 받았다.
박씨는 재판 과정에서 심신장애를 주장하며 감형을 노렸다. 실제로 박씨는 군 입대 전 신체검사에서 우울증, 충동조절장애, 뇌전증(간질) 판정을 받고 군 면제가 됐다. 이후에도 관련 처방약을 복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1심은 박씨의 뇌전증·충동조절장애 등 심신장애 주장을 인정해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박씨가 수사기관에 술자리 상황 등을 구체적이고 상세히 기억해 진술한 점을 고려해 충동조절장애가 정신병 수준은 아니었다”며 심신장애 주장을 기각하고 형량을 징역 3년10개월로 높였다.
대법원도 “정상인도 충동을 억제하지 못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가 많으므로 원칙적으로 충동조절장애와 같은 성격적 결함은 그것이 매우 심각하여 정신병과 동등하다고 평가될 수 있는 경우라야 감면사유에 해당한다”며 2심 판단을 그대로 확정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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