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전례 없는 규제로 서울 집값이 월간 단위로 4년 6개월 만에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꽁꽁 얼어붙고 있다. 지난해 9·13 대책에 따른 초강력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현실화 등이 겹치면서 거래절벽 속에 초급매만 거래되며 가격 역시 낙폭을 키워가고 있다. 시장에서 주목하는 것은 거래절벽이 언제까지 이어지느냐다. 거래절벽이 설 이후에도 계속 될 경우 시장 침체가 지속 될 가능성이 다분하기 때문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주택시장이 최근 5년간 이른바 ‘설 특수’를 누렸다는 점이다. 지난 2014년부터 설 연휴를 전후해 아파트 매매거래가 모두 증가한 것이 그것이다. 올해 역시 이 같은 효과가 나타날지 관심이다. 전문가들은 이에 대해 공시가격 인상, 입주물량 증가 등으로 당분간 거래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런 가운데 매수심리가 살아날 수 있다는 조심스러운 전망도 일부 나오고 있다.
◇ 서울 집값 4년 6개월 만에 하락, 전 주택 마이너스=한국감정원이 1일 발표한 월간주택가격 동향에 따르면 1월 서울 주택(아파트, 다세대·단독 등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 대비 0.20%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2014년 7월 이후 4년 6개월 만에 첫 하락 전환이다. 감정원의 한 관계자는 “통상 1월은 계절적인 비수기인데다 대출 및 세제 등 규제의 강도가 높아지면서 매수심리가 크게 위축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지역별로 보면 강북권(한강 이북 14개 구)에서는 마포(-0.22%), 용산(-0.10%), 동대문구(-0.09%) 등 대다수 지역이 하락 전환했다. 광진구(0.03%)를 제외한 나머지 13개 구가 집값이 떨어진 것으로 조사됐다. 정부 규제에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매수세는 급감했고 매물은 더 늘어나 가격 하락을 이끌었다는 게 감정원의 분석이다.
강남권에서는 11개 구 모든 자치구가 하락했다. 2013년 8월 이후 5년 5개월 만이다. 강남(-0.85%) 송파구(-0.47%) 등 강남 4구에서 하락 폭이 커졌고 양천(-0.31%), 강서(-0.17%), 영등포구(-0.07%) 등도 하락했다. 아파트 값은 하락 폭이 더 크다. 서울 아파트값 변동률은 지난해 12월 -0.17%에서 1월 -0.41%로 더 떨어졌다. 집값 하락은 수도권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다. 1월 경기도의 주택가격은 0.13% 하락해 2016년 3월 이후 2년 10개월 만에 하락 전환됐다. 거래량도 감소세가 뚜렷하다.
가격 하락 이면에는 거래절벽이 작용하고 있다. 초급매만 거래되면서 이것이 시세에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해 9·13 대책이 발표됐던 9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1만2,395건이었는데 올 1월 거래량은 1,771건을 기록해 4개월 만에 85.7%나 급감했다.
◇ 최근 5년 설 연휴 이후 반등세, 올해도 특수?=부동산 시장이 냉각기에 접어들고 있는 가운데 설 연휴가 전환점이 될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실제로 2014년에서 2018년까지 최근 5년간 설 연휴 이후 아파트 매매량이 모두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설 이전까지 거래량이 주춤했더라도 연휴 이후 다음 달은 거래가 늘어난 것이다.
김상훈(자유한국당) 의원이 분석한 ‘설날 전후 월간 주택거래량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설날(2월16일)이 있었던 2월에는 전국에서 4만9,366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연휴 이후 3월에는 25.7%(1만2,684건) 증가한 6만2,050건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1만 1,986건에서 1만4,609건으로 21.9%가량 증가했다. 2015년에도 설날(2월19일)이 있던 2월에는 전국에서 5만7,885건의 거래가 이뤄졌으나 연휴 이후 3월에는 37%(2만1,427건)가 늘어난 7만9,312건을 기록했다. 이 기간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8,682건에서 1만3,602건으로 56%가량 증가했다. 2014년과 2016년에도 설 연휴를 전후해 전국에서는 1만건 이상, 서울에서는 2,000건 이상의 매매량 증가를 보였다. 2017년의 경우 증가 폭은 가장 적었지만 설 연휴 이후 전국에서 2,350건, 서울에서 133건 늘어났다.
그렇다면 올해도 이 같은 설 특수를 누릴까. 우선 쉽지 않아 보인다는 것이 대체적인 견해다. 이남수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장은 “명절 이후에도 부동산 심리가 살아날 가능성은 낮아 거래절벽이 장기화할 수 있다”며 “올 4월 아파트 공시가격이 나오면 매수세가 더욱 감소해 거래가 더 위축되고 가격도 더 하락 압력을 받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함영진 직방 빅데이터랩장도 “2019년 주택시장은 저성장 모드가 지속 될 것”이라며 “거래량 감소 및 서울 약보합, 지방 가격 하락, 전월세 시장 가격하락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일부에서는 ‘특수’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전망하기도 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WM스타자문단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대출 규제와 공시가격 인상 등으로 매수 심리가 더욱 얼어붙고 있다”며 “설 이후 거래 활성화 여부가 시장 향방을 가늠해볼 수 있는 주요 지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한동훈·박윤선·이완기기자 hooni@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