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 준비생인 김선형(28·가명)씨는 최근 새 아버지의 성(姓)을 따랐다. 어머니의 재혼으로 이력서에 본인의 성과 아버지의 성이 달라 면접 때 난감한 질문을 받은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재혼가정 자녀라는 낙인이 찍히면 불이익을 받을 수 있을 것 같았다”고 말했다.
이혼하는 가정이 늘어나면서 어머니의 성 혹은 재혼가정의 새 아버지 성으로 변경하는 자녀들이 많아졌다. 이름에 비해 성을 바꾸는 일은 법원이 좀 더 엄격하게 심사하지만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부분 변경이 허가된다.
‘민법 제781조’에 따르면 자녀의 복리를 위해 성과 본을 변경할 필요가 있을 때 부모 또는 본인이 가정법원에 청구할 수 있다. 이를 ‘성본 변경 비송절차’라고 한다. 비송이란 다툴 상대방이 없는 소송을 말한다. 자녀의 성을 바꾸겠다고 가정법원에 청구하면 판사는 친아버지에게 의견 조회를 한다. 친아버지가 피고의 자격은 아니므로 ‘해당 사실을 알고 있느냐’는 정도의 취지다. 친아버지가 반대할 경우 법원은 그 사유가 합리적인지 여부를 따지지만 그 의견이 허가와 불허를 결정짓는 절대적 잣대는 아니다.
다만 법원은 재혼가정 자녀의 성본 변경에 신중한 입장이다. 우선 재혼가정이 다시 이혼하는 경우가 생기면 두세 번 이상 성이 바뀌면서 본인은 물론 사회에도 혼란을 준다. 법원은 보통 재혼한 지 최소 4~5년은 지난 가정이어야 안정됐다고 판단하고 변경을 허가한다. 2~3년밖에 되지 않았거나 재혼부부의 사이가 안정적이지 않다고 여겨지면 변경은 유예된다. 하지만 재혼한 지 얼마 되지 않았어도 자녀가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거나 스트레스를 받는 정황이 명백하면 허가하기도 해 시기를 일률적으로 재단할 수는 없다.
아울러 미성년자인 경우 자녀가 어머니의 성이나 새 아빠의 성으로 변경하면 양육비 이행이 잘 안 될 가능성도 크다. 법적으로는 양육비를 지급해야 하지만 사회 정서상 성이 달라졌다는 사실에 격하게 반응하며 불만을 품고 자식을 외면하는 일이 종종 생기는 탓이다.
최근에는 성본 변경 신청이 줄어드는 추세다. 지난 2017년 609건이었던 신청건수는 지난해 537건으로 감소했다. 결혼·출산인구가 줄어들면서 인구구조에 변동이 생겨 관련 사건이 줄어든다는 분석이다. 한 서울가정법원 판사는 “성년후견 사건을 제외하고 이혼·협의이혼·소년사건 등을 비롯해 비송사건도 줄어드는 상황”이라며 “성본 변경의 경우 태어나는 아이들 자체가 적어 잠재적 신청인의 모집단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