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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서 성폭행’ 안희정 2심, 무죄 깨고 징역 3년 6개월·법정구속

김지은씨 진술 신빙성 인정…업무상 위력도 폭넓게 인정

10차례 범행 중 9차례 유죄…강제추행 1회는 "증명 안돼"

지위이용 비서 성폭력 혐의 1심 무죄를 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1일 항소심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에 출석하고 있다./연합뉴스




지위를 이용해 여비서를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2심에서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2부(홍동기 부장판사)는 1일 피감독자 간음, 업무상 위력에 의한 추행, 강제추행 등의 혐의로 기소된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한 뒤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안 전 지사가 저지른 10차례의 범행 가운데 한 번의 강제추행을 제외하고 모두 유죄로 판단했다. 피해자 김지은씨 진술의 신빙성을 인정하고 ‘위력’에 대해 폭넓게 해석한 것이다. 지난해 3월 피해자 김지은 씨가 안 전 지사의 성폭력에 대해 폭로한 지 11개월여만이다.

앞서 1심 재판부는 김지은씨의 진술에 신빙성이 없다고 판단했지만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의 진술이 주요 부분에 있어 일관성이 있다고 봤다. 김씨가 직접 경험하지 않고는 말하기 어려운 부분이나 감정을 진술한 만큼 신빙성이 있다는 해석이다. 또 재판부는 성범죄 사건에서 피해자의 진술이 사소한 부분에서 다소 일관성이 없거나 최초 진술이 다소 불명확하게 바뀌었다 해도 그 진정성을 함부로 배척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김씨가 성폭행 피해 경위를 폭로하게 된 경위도 자연스러우며, 안 전 지사를 무고할 동기나 목적도 찾기 어렵다고 판단하기도 했다.

오히려 재판부는 “동의하에 성관계한 것”이라는 안 전 지사의 진술이 신뢰하기 어렵다고 봤다. 첫 간음이 있던 2017년 7월 러시아 출장 당시엔 김지은씨가 수행비서 업무를 시작한 지 겨우 한 달밖에 안 된 시점이었고, 김씨가 체력적으로도 힘든 상태였다는 점 등으로 미뤄 합의하에 성관계로 나아가기 어렵다는 것이다.



재판부는 상황이 발생한 이후 안 전 지사가 김씨에게 지속적으로 “미안하다”고 말한 것도 김씨의 의사에 반해 간음했다는 점을 뒷받침한다고 판단했다. 또 재판부는 ‘업무상 위력’에 대해서도 반드시 피해자의 자유의사를 제압할 정도의 ‘유형적 위력’일 필요는 없다고 파악했다. 안 전 지사의 사회적 지위나 권세 자체가 비서 신분인 김씨에겐 충분한 ‘무형적 위력’일 수 있다는 것이다.

1심은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으나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는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이에 검찰은 “증거 판단 등 심리가 미진했다”며 항소했다.

2차 가해를 방지하기 위해 대부분 비공개로 진행된 항소심에서는 피해자 김지은 씨를 포함한 7명의 증인신문과 안 전 지사에 대한 피고인신문이 이뤄졌다. 검찰은 항소심에서도 “피해자를 지휘 감독하는 상급자가 권세를 이용해 성적 자기 결정권을 침해한, 전형적인 권력형 성범죄”라며 1심과 같이 징역 4년을 구형했다. 김지은 씨도 변호인을 통해 재판부에 “아무리 권력자라도 위력으로 인간을 착취하는 일이 두 번 다시 없도록 해달라. 다시는 ‘미투’를 고민하는 사람이 이 땅에 안 나오도록 해 달라”고 전했다. 반면 안 전 지사 측은 “유일한 직접 증거인 김지은 씨의 진술은 결코 신빙성을 인정하기 어렵다. 방송 등에서 만들어진 이미지가 아닌 편견 없는 시각에서 봐 달라”며 무죄를 호소했다.

안 전 지사는 2017년 7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10차례 김씨를 업무상 위력으로 추행하거나 간음한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 전 지사에게 ‘위력’이라 할 만한 지위와 권세는 있었지만 이를 실제로 행사해 김씨의 자유의사를 억압했다고 볼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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