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강 대 강으로 맞섰던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중재를 공식 요청했다. 유럽연합(EU) 주요 국가들에 이어 미주 주요국들도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대통령으로 지지한다고 밝히는 등 자신의 퇴진을 요구하는 국제사회의 압박이 점점 강해지자 결국 교황을 끌어들여 돌파구를 마련하려는 것으로 풀이된다.
로이터통신은 6일 마두로 대통령이 지난 4일 교황에게 서한을 보내 자국의 정치적 혼란과 서방의 퇴진 요구에 대해 중재 역할을 해줄 것을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앞서 마두로 대통령은 4일 이탈리아 뉴스채널 스카이TG24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을 신실한 가톨릭 신자라고 소개하며 “나는 (편지에서) 교황에게 기독교의 대의명분을 따르고 있는 만큼 교황이 (위기 해결을 위한) 대화 과정에 도움을 줄 것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영국 가디언은 마두로 대통령이 교황에게 긴급 지원을 요청한 이유에 대해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대부분 국가에서 과이도 국회의장에 대한 지지가 점점 확고해지자 유혈사태나 내전 가능성을 내비치며 이를 걱정하는 교황을 끌어들여 도움을 받으려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에 이어 독일 등 EU 주요 8개국과 캐나다를 포함한 미주 11개국도 과이도 국회의장을 베네수엘라의 임시대통령으로 인정한다고 밝히며 마두로를 압박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교황은 베네수엘라 사태를 직접 중재할 가능성과 관련해 현지 언론에 “나는 고통받는 베네수엘라 국민들을 지지한다”며 “내가 두려운 것은 유혈사태”라고 말했다. 그는 “마두로 대통령과 과이도 의장 양측이 도움을 청할 경우 기꺼이 중재에 나설 것”이라면서 “그 전에 먼저 양쪽을 만나게 하는 노력이 우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과이도 의장 측은 마두로 대통령이 교황의 중재를 내세워 시간을 끌고 시위를 진정시키려 한다며 대화를 거부하고 있다. /박홍용기자 prodigy@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