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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보고싶은 것만 보는 현실인식으론 경제 못살린다

정부가 국민들에게 우리 경제 실상을 제대로 알리겠다며 최근 관계부처 합동 설명자료를 내놓았다. 성장률이 주요국보다 높고 민간소비와 고용의 질이 개선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고용과 소득분배의 어려움, 투자 부진이라는 단서가 붙었지만 강조점은 우리 경제가 나쁘지 않다는 데 있다. 여당에서도 비슷한 논리가 등장했다. 소병훈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한국의 지난해 성장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1위라고 주장했다. 정부와 소 의원의 언급대로라면 우리 경제가 어렵다는 지적은 근거 없는 트집이다.

당정의 이런 주장을 국민들이 납득할지 의문이다. OECD의 지난해 성장률 전망치에서 한국은 36개 회원국 중 21위에 그쳤다. 미국은 물론 호주·네덜란드·스위스보다 낮다. OECD 1위 또는 주요국보다 높은 성장률이라는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청년 실업률이 하락했다는 주장도 25~29세라는 극히 일부만 대상으로 한 것이다. 나머지 연령대는 전년에 비해 모두 상승했고 그 결과 전체 실업률은 17년 만에 최악을 기록했다. 정부의 장밋빛 설명과는 정반대의 모습이다.

잘못된 현실인식에 제대로 된 해법이 나올 리 없다. 정부는 취업자 수 증가폭이 전년의 3분의1 수준으로 급감한 것을 인구 감소와 산업 구조조정 탓으로 돌렸다. 최저임금과 근로시간 단축을 포함한 노동정책 실패 때문이 아니라는 판단이다. 노동시장의 역동성을 제고하겠다면서도 고용 유연성이 아닌 안정성을 외치고 있으니 답답할 따름이다. 보고 싶은 것만 보니 이런 결과가 나오는 게 아니겠는가.



정부나 여당이 정책 성과를 홍보하는 것을 잘못이라고 지적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확한 현실을 기반으로 하지 않는 일방적 홍보는 국민 불신이라는 역효과만 초래할 뿐이다. 정책 실패를 감추기 위해 혹은 국면 전환을 위해 사실을 왜곡하거나 유리한 결과만 선별해 발표한다고 해서 국민 살림살이가 나아지지도, 경제 활력이 되살아날 수도 없다. 지금 정부 여당에 필요한 것은 핑계나 홍보가 아니라 경제에 대한 국민의 질책과 우려를 엄중히 새겨듣는 자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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