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현악기와 건반악기의 특성을 함께 지닌 오르간은 모차르트도 인정한 ‘악기의 제왕’입니다. 미세한 소리부터 웅장한 소리까지 음색의 스펙트럼이 워낙 넓고 압도적이기 때문이죠.”
오는 27일 ‘오르간 오딧세이’ 공연을 앞둔 오르가니스트 박준호(34·사진)는 최근 서울 송파구 롯데콘서트홀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일반 대중에게는 여전히 피아노와 바이올린과 비교해 덜 친숙한 오르간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는 무대로 꾸미려고 한다”며 이같이 강조했다.
독일 뉘렌베르크 콩쿠르와 더블린 콩쿠르 등 주요 파이프오르간 대회에서 잇따라 우승을 거머쥔 박준호는 국내 오르가니스트 가운데 단연 최고의 실력을 지닌 연주자로 꼽힌다. 오르간 전공으로 한국예술종합학교에 ‘클래식 영재’로 조기 입학한 사례는 지금까지도 박준호가 유일하다.
박준호는 롯데콘서트홀에서 진행되는 이번 공연에서 오르간과 대중의 거리감을 좁히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해보려고 한다. 오르간 연주를 마친 뒤에는 청중들의 이해를 도울 수 있도록 직접 마이크를 잡고 해설을 곁들일 예정이며 ‘보는 재미’를 위해 무대에서 모래를 활용해 그림을 그리는 샌드 아티스트 박은수도 섭외했다. 약 5,000개의 파이프로 구성된 대형 파이프오르간의 내부를 무대 위 대형 스크린에 보여주는 생중계도 진행된다.
학창 시절 수업 종소리로 자주 듣던 비에른의 ‘웨스트민스터의 종소리’, 생상스의 ‘죽음의 무도’, 바흐 칸타타 29번 중 ‘신포니아’ 등으로 구성된 공연 레퍼토리도 ‘대중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해 선정했다. “공연의 문을 여는 일종의 ‘시그널 음악’으로 누구에게나 익숙한 ‘웨스트민스터의 종소리’만큼 적당한 곡은 없다고 생각했어요. 그리고 오르간의 압도적인 음색을 훌륭하게 전달할 수 있는 ‘죽음의 무도’는 피겨여왕인 김연아 선수 덕분에 더욱 유명해진 곡이죠. 바흐의 곡 역시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만큼 유명한 레퍼토리고요.”
총 세 차례의 시리즈 공연으로 기획된 ‘오르간 오딧세이’는 27일에 이어 7월31일, 12월18일에도 박준호의 주도 아래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7월 공연은 어린이를 위한 음악극 형식으로, 12월 공연은 합창단과 함께 크리스마스 메들리를 들려주는 무대로 꾸밀 예정이다. “두 번째, 세 번째 무대는 부모님들이 어린 자녀를 데리고 오셔도 재밌게 볼 수 있는 공연이 될 겁니다. ‘오르간 오딧세이’ 시리즈를 통해 클래식 팬들은 물론 일반 대중들도 ‘오르간은 어렵다’는 막연한 선입견에서 벗어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나윤석기자 nagija@sedaily.com 사진제공=롯데콘서트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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