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안보위협을 이유로 중국 통신장비 기업들을 압박하는 가운데 미국 양당 상원의원들이 ZTE(중싱통신)에 제재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기로 했다.
미 공화당과 민주당 상원의원들은 지난 5일(현지시간) ZTE가 미국 법률이나 행정부와 한 합의를 어기면 제재를 다시 부과할 수 있는 법안을 내놓았다고 로이터통신이 6일 전했다. ZTE는 2017년 미국의 대북·대이란 제재를 위반한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고 미 정부와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지난해 ZTE는 이를 어겨 4월 미 상무부로부터 향후 7년간 미국 기업과 거래를 금지하는 강력한 제재를 받았다. 이후 미 정부는 벌금 10억달러와 경영진 교체 등을 조건으로 지난해 7월 제재를 풀어줬다.
이 조치에 대해 미국 의회는 중국 안보 위협을 정부 못지않게 의심하는 만큼 크게 반발했다. 미 의회에 ZTE 제재 관련 법안이 발의된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9월 비슷한 법안이 발의됐었지만 지난 의회 회기가 끝나면서 파기됐다. 당시 법안은 미 상무부에 ZTE의 준법 상황 보고서를 90일마다 제출하는 것을 의무화하고, ZTE가 위법이나 합의 불이행 시 보증금을 상무부에 납입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었다. 이번 법안에는 마르코 루비오, 수전 콜린스, 제리 모런 등 공화 의원들과 함께 엘리자베스 워런, 크리스 밴 홀런, 더그 존스, 마크 워너 등 민주당 의원들도 이름을 올렸다.
미국은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이 미국의 기술과 기밀정보를 빼돌려 국가 안보를 위협하고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미 당국은 지난달 말 통신장비업체 화웨이와 멍완저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미국의 대이란 제재 위반과 기술탈취 혐의로 기소한 데 이어, 또 다른 기술탈취 혐의로 화웨이 연구소를 압수 수색한 바 있다. 또한 지난달 중순에는 미국 양당 의원들이 화웨이와 ZTE 등 미국의 제재 또는 수출통제 법률을 위반하는 중국 통신장비업체들에 대한 미국 반도체 칩·부품 판매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미국과 중국은 내달 초 기한으로 무역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 협상에서 논의되는 핵심 사안 중 하나가 기술 도둑질 문제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다원 인턴기자 dwlee618@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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