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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 핵담판]金, 핵리스트 신고해야...ICBM만 받고 개성 내주면 '워스트딜'

■서경 펠로 진단

핵리스트는 비핵화 협상의 기본...합의문에 명시 필요

보유 핵 조치 없으면 北만 핵보유국돼 안보 위협 심각

'영변 시설 참관·연락사무소 설치' 절반의 딜 가능성도





북미 간 ‘2차 핵담판’ 일정이 발표되며 협상 과정과 결과물을 어떻게 평가해야 할지 이목이 집중된다.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입이나 합의문에서 ‘핵 리스트 신고’가 나오면 성공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개발 중단 및 폐기 정도에 개성공단·금강산관광 재개를 내주면 북한이 보유한 ‘현재 핵’에는 아무 변화가 없어 한반도 위협은 계속되는 반면 경제적 과실은 계속 주어지는 ‘워스트 딜’이 될 것으로 분석한다.

서울경제신문 펠로(자문단)인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7일 “북미 2차 정상회담 합의문에 핵리스트를 신고하겠다는 게 명시되면 최상의 시나리오”라고 밝혔다. 핵리스트 신고는 비핵화 협상의 기본이다. 전체 핵 능력이 얼마나 되는지 파악 없이 비핵화 조치마다 경제적 당근을 쥐어주면 북한은 핵 능력을 살라미(얇은 햄)처럼 세분화해 경제 보상만 극대화할 수 있다. 최근 협상 흐름을 보면 북한은 “핵 리스트를 제출하라는 것은 미국에 공격 타깃을 주는 것”이라며 펄쩍 뛰어 일단 뒤로 미루고 북미가 신뢰 쌓기에 들어갔다. 비핵화 협상 ‘핵심’에 합의한 것이어서 2차 북미회담의 성공조건이다.

반면 최악은 북미가 ICBM 폐기 등과 개성공단·금강산관광을 교환하는 ‘스몰 딜’이다. 신범철 아산정책연구원 통일안보센터장은 “북한이 ICBM을 포기하고 핵 물질 생산 중단만 하는 반면 개성·금강산 재개라는 당근이 주어지면 북한이 향후 비핵화에 나설 동인이 없어진다”고 우려했다. 재개되면 북한에 대량의 달러가 유입되고 중국·러시아의 제재도 느슨해질 수 있다. 북한은 경제적 과실을 따먹으며 비핵화에 소극적 태도로 돌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 교수는 “북미 간 협상이 이후에도 순조롭게 진행되면 괜찮겠지만 만약 판이 틀어지면 한반도에 핵을 보유한 국가(북한)와 핵이 없는 국가(남한)가 공존하게 돼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한의 ‘현재 핵’은 못 건드리고 경제적 보상만 주면 북한이 핵 물질을 생산할 시간만 벌어주는 게 된다.



싱가포르 때와 같은 원칙론적인 합의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이라는 큰 틀의 로드맵이 나와야 성공이라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어느 시점까지 완전한 비핵화를 하겠다는 시한과 어느 시점에 어떤 조치를 하겠다는 ‘타임테이블’을 정하고 특히 초기 이행 조치는 상당히 구체적으로 나와야 향후 협상 판이 흔들리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다. 김현욱 국립외교원 교수는 “북미가 이견을 좁히지 못해 영변 핵시설도 폐기하지 못하고 동창리 미사일 엔진 실험장 정도만 폐기하는 데 그친다면 향후 비핵화 협상도 교착상태가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에 따라 ‘절반의 딜’에서 타협점을 볼 것이라는 관측도 많다. 신 센터장은 “영변 핵시설의 철저한 사찰이 아닌 참관 정도에 그치고 미국은 북미 연락사무소나 인도적 지원, 연합군사훈련 중단 연장 등을 주는 낮은 단계의 합의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김 위원장이 신년사에서 요구한 개성·금강산 재개는 북한에 달러가 대규모로 들어가 미국이 부담스러운 반면 북한은 “그 정도도 못해주느냐”며 소극적인 비핵화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는 뜻이다.

우리 정부는 어떤 역할을 해야 할까. 고 교수는 “평화협정, 북한 경제 개발 등의 과정에서는 다자 협상이 이뤄질 수밖에 없다”며 “중국 등과 소통을 긴밀히 유지해놓을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홍민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장은 “일단 북미 간 합의가 나오면 영변 핵시설 해체 등의 이행 과정에서 팔짱만 낄 게 아니라 우리들의 문제이므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며 “3월 말~4월 초로 예상되는 김 위원장 서울 답방 합의문에 구체적인 우리의 역할을 명시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이태규·박우인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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