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청남도 천안시의 한 다세대주택에서 불이 나 일가족 4명 중 3명이 숨지고 1명이 다쳤다. 소방당국은 내부에서 인화성 물질이 다량 발견되는 등 보통의 화재와 양상이 다르다는 점에서 내부 방화에 무게를 두고 있다.
소방청에 따르면 화재는 7일 오전6시37분 천안시 동남구 안서동의 3층짜리 다세대주택에서 발생했다. A(72)씨와 A씨의 아내(66) 및 딸(40)이 연기 흡입으로 사망했으며 A씨의 아들(36)도 호흡 곤란 및 팔 부위 화상으로 병원에 이송돼 치료를 받고 있다.
소방당국은 1차 현장감식 결과 ‘내부 방화’로 잠정 결론을 내렸다. 화재 현장 곳곳에서 인화성 물질이 담겨 있던 것으로 추정되는 2ℓ들이 생수병 7개가 발견됐다. 감식 당시 5개는 빈 통이었고 다른 2개에 담겨 있던 물질은 거의 사용하지 않은 상태였다. 화재 현장 곳곳에서는 바닥에 인화성 물질을 뿌릴 때 생기는 자국이 남아 있었고 주방 싱크대에서는 라이터도 발견됐다.
신고 및 화재 진압 과정도 대개의 현장과는 달랐다. 보통 가정에서 사고로 화재가 나면 집 안의 사람이 직접 신고하는 경우가 많지만 이번에는 환풍기에서 연기가 난다는 신고가 접수됐다. 또한 선착대 도착 시 문도 잠겨 있었다. 보통 발화지점이 한 곳인 일반 화재와는 달리 이날 불은 현관·거실·안방 등 최소 3곳 이상에서 발생했다. 불이 26분 만에 꺼졌지만 다수의 사망자가 생긴 것도 방화 때문으로 추정된다. 병원 측에 따르면 아들에게서는 병원 이송 당시 술 냄새가 났던 것으로 전해졌다.
내부 방화에 무게가 실리면서 주변 이웃들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A씨의 딸이 지적장애를 앓고 있어 가족에게 부담이 있었다는 점을 빼면 단란한 가정이었다는 것이 이웃들의 평가다. A씨의 딸은 설을 쇠기 위해 집으로 내려온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세를 놓아 경제적으로 부족함이 없었고 그의 아들은 천안의 한 회사에 다녔다. 근처 빌라에 거주하는 한 주민은 “숨진 A씨는 평소 이웃들에게 잘 베풀었고 주민과 사이도 좋았다”며 “딸 문제만 빼고는 단란한 가정이었는데 이런 변을 당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변재현기자 humblenes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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