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말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개최 가능성이 제기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이달에는 열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7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달 안에 시진핑 주석과 회담을 할 것인지 묻는 기자들에게 “아니오”라고 답했다. 그는 “아마도” 추후에 만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에 따라 오는 27~28일 베트남에서 개최되는 2차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미중정상회담,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을 포함한 남·북·미·중 4개국 정상이 서명하는 식의 종전선언이 연쇄적으로 이어지는 일정은 어렵게 됐다. 로이터통신과 CNBC방송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언급하기 앞서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이 미중 무역협상 시한인 오는 3월 1일 이전에 만나진 않을 것 같다고 이날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5일 국정연설을 하기 전 방송사 앵커들과의 오찬에서 이달 말 시 주석과 정상회담을 할 예정이라고 언급했다고 미 매체 폴리티코가 보도한 바 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미중 정상이 27일부터 이틀간 베트남 다낭에서 만날 전망이라고 전하기도 했다. 이에 이달 말 열리는 2차 북미정상회담을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및 시 주석과의 연쇄 회담 또는 3자 회동할 가능성도 나왔다. 나아가 문재인 대통령까지 포함하는 4자 회담이 열리고 남·북·미·중 4개국이 종전선언을 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지난 6일 브리핑에서 북미정상회담이 열릴 때 4자 종전선언을 위해 문 대통령이 베트남을 방문하는 것은 “북미 사이에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으나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CNBC방송은 미중 정상회담이 미뤄진 이유에 대해 “중국과 합의를 성사시키려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2월 말 김 위원장과의 정상회담도 준비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 방송은 “백악관 관계자들은 북미정상회담에 이어 바로 미중 정상회담을 하자는 중국의 제안에도 불구하고 두 가지 이슈를 병합하는 것에 반대하는 쪽으로 조언을 했다”고 부연했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가 중국이 북한 비핵화를 무역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을 미리 차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두 문제를 분리·대응해 비핵화와 무역협상 모두에서 성과를 내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 주석 간 정상회담의 시점은 향후 미중 무역협상이 어떤 성과를 내는지에 달린 것으로 전망된다.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스티븐 므누신 재무장관 등 미국 무역협상 대표단은 다음 주 초 미중 고위급 회담을 위해 중국 베이징을 방문한다. 미 행정부 고위 관계자는 CNBC방송에 “상황이 유동적이어서 다음 주 무역협상단이 베이징을 방문한 뒤 회담의 위상이 바뀔 수 있다”고 밝혔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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