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제로 조정석은 “배우가 자신감이 없으면 안 된다는 생각을 가지고 연기한다”고 자신만의 연기법에 대해 밝혔다.
“누가 못한다고 평가해도 기죽을 필요 없고, 누가 칭찬한다고 해서 어깨 올릴 필요도 없어요. 연기란 게 내가 느끼는대로 하는 게 제일 맞는다고 봐요. 확신과 자신감이 없으면 이 일을 못할 것 같아요. 누구도 안 믿는 활자로 된 글을 많은 사람들이 믿게끔 실제로 구현해내야 하는 게 배우입니다. 작품 안에서 제가 하는 말을 믿게 해야 하는 게 중요하잖아요. 그런 점에서 자신감이 있어요. ”
영화 ‘건축학개론’, ‘관상’, 드라마 ‘오 나의 귀신님’, ‘질투의 화신’ 등 스크린과 브라운관을 넘나들며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유쾌하고 따뜻한 캐릭터로 사랑받은 배우 조정석이 ‘뺑반’을 통해 다시 한번 연기 변신에 도전했다. 통제불능 스피드광 사업가 재철‘ 역에 대해, 배우는 “악역이지만 위험한 놈이라기보다 이상한 놈으로 접근하려고 했다.”고 설명했다.
조정석은 ‘뺑반’에서 한국 최초 F1레이서 출신 사업가 정재철 역을 맡았다. 생애 첫 악역 도전이기도 하다. 자신의 이익을 위해선 물불 가리지 않고 달려드는 것은 물론 탈세, 횡령, 뇌물 상납 등 온갖 범죄에 연루되어 있지만 갖가지 방법을 동원해 법망을 교묘하게 피한다.
조정석은 “인물이 무슨 생각을 갖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자기 생존을 위한 방도가 나쁜 식이더라.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캐릭터로 보이길 바랐다“고 인물에 대해 분석했다.
그가 작품에 임하면서 가장 많은 시간을 할애하는 부분은 ‘그 인물이 어떤 마음일까’에 대한 부분. 늘 예상을 빗나가는 행동을 하는 정재철을 놓고 조정석은 “자기를 너무 사랑하는 나르시스가 강한 인물”로 봤다. 세상에 홀로 떨어진 채 자기 자신만 믿는 재철에게 남들은 중요하지 않았다. 오로지 자신의 머릿 속에서 나온 말들만 신뢰했다.
“재철은 이해가 안 되는 행동들을 많이 하는 인물이죠. 차차 연구하고 시나리오를 분석하다보니 이해가 됐어요. 자수성가했고, 어릴 때 형편이 안 좋다 보니, 잘못된 방향으로 나간 게 커요. 자기 물건을 누가 건드리는 것도 정말 싫어하죠. 많은 분들이 놀라시던데 골프채로 좋은 차를 한방에 망가뜨리는 기행도 해요. 그런 부분들도 점점 재철에 대해 이해하다 보니 공감이 됐어요. 배우에게 이런 노력이 힘들고 어렵다고 볼 수도 있는데 너무 재미있어요. 연기 스트레스란 표현보단, 더 좋은 장면을 만들기 위한 연구라고 봐요. 전 그걸 즐기는 것 같아요.”
‘뺑반’은 조정석에게 ‘새로움’ 그 자체였다. 그는 “결이 다른 인물을 보여드릴 수 있어서 좋았다”고 표현했다. 천상 배우다운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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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이 그동안 안 해 본 연기를 하고 나면, ‘내가 못 본 얼굴을 봤다’라는 표현을 하는데, 그런 것 같아요. ‘뺑반’ 촬영 중엔 일상에서도 거울을 보면 제 얼굴이 아닌 것 같아 새로웠어요. 촬영 할 땐 모니터를 하면서 느꼈죠. 그런 제가 몰랐던 얼굴들이 나올 때 기분이 좋았어요.”
조정석 연기법을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고민은 많이, 행동은 빨리’ 라고 정리할 수 있다. 인물과 한 몸이 되기 위해 최대치의 고민의 시간을 거친 뒤, 촬영 현장에선 거침없이 돌진하는 스타일이다.
“새 작품을 앞두고, 평소 고민은 엄청나게 해요. 단적인 예로 들면 머리를 엄청나게 키워논다고 할까. 인물에 대한 고민이 축척 돼 있으면 배우의 연기 안에 체화된다고 할까. 그렇게 되면 내가 무슨말을 해도, 그 사람이 말하는 거라 생각해요. 누군가 ‘아닌데 조정석인데’ 라고 말하더라도요. 그게 연기의 기초입니다. 여러 가지 생각을 하고 고민도 많이 하는데, 연기 할 때는 담백하게 접근해요. 너무 담백해서 투박할 정도로 그렇게 접근하는 스타일입니다. 물론 연기에 정답은 없습니다.”
자신감 있게 ‘연기론’에 대해 이야기했지만 그 역시 반짝 반짝 빛나는 성공 시절만 있었던 건 아니다. 공연 쪽에서 잔뼈가 굵은 그는 스스로 “망작도 여럿 해보면서 스스로 단련이 됐다”고 털어놨다.
“배우가 자신의 연기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들으면 당연히 기분이 안 좋죠. 그런데 전 단련이 됐어요. 너무 잘 돼서 앙코르까지 간 공연도 해 봤고, 망작도 해 봤어요. 텅텅 비어있는 무대에 오르기도 했고, 관객이 꽉 차서 열기가 대단한 공연도 해 봤어요. 20대 초반에 그 온도 차를 극명하게 느껴봤어요. 그래서 후배들이 연기 고민을 하면서 찾아오면, ‘네가 하는 고민이 실제론 고민이 아닐 수 있다’고 말해요. ‘자신감 있게 하면 될 것 같다’ 면서요. 안 된다고 머리를 쥐어짜면서고민만 한다고 해서 되나요. 그냥 ‘툭 ’하는 게 더 좋을 때가 있어요. 이것 저것 해보는거죠. ”
조정석의 배우 인생은 ‘도전’이 가득했다. 그의 철학 역시 “항상 도전하자”이다. “행여나 잘못된 선택이란 평가가 나올지언정 앞으로 가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하는 주의다.
“‘인생은 도전이다’는 삶의 자세를 새기고 있어요. 좌우명처럼 되는 게 아닌데, 그렇게 하려고 해요. 안 그럼 재미없잖아요. 보는 사람도 그렇고, 하는 사람도 재미없겠죠. 제가 잘 하는 것만 하면 하고 싶지 않아요. 조정석 하면, ‘로맨틱 코미디’란 말을 먼저 이야기해주시는데, 전 이것 저것 해보고 싶어요. 다채롭게 제 필모그라피를 그리고 싶은 게 제 욕망입니다. 누군가 절 ‘깎아내리신다면 까여지겠죠. 깎여진다면 다시 열심히 해서 원상 복귀하겠습니다. 계속 칭찬해주시면 안 깎여지고. 도전과 모험을 끝까지 계속 하고 싶어요.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고 하잖아요.”
/정다훈기자 sesta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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