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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에세이] 맥주 거품과 소변 거품

심봉석 이대목동병원 비뇨의학과 교수





맥주 거품에도 맛이 있느냐 하는 논란이 있고 싫다고 걷어내고 마시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맥주의 꽃은 거품이다. 맥주의 향이 새는 것을 막고 외부 공기를 차단해 산화를 억제하기 때문이다. 맥주를 마시는 동안 적당한 거품이 있어야 맛과 신선함이 유지된다. 맥주의 본고장 독일에서 맥주 거품을 꽃이라는 의미의 ‘블루멘(blumen)’이라고 하는 이유를 알 만하다.

거품이 풍부한 맥주를 많이 마신 것도 아닌데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다가 거품을 발견하고 깜짝 놀라는 경우가 있다. 거품이 있다고 큰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 소변을 보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거품이 만들어진다. 소변의 거품은 맥주 거품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소변 줄기를 볼 수 있는 남자들은 흔히 거품을 발견한다. 여자들은 소변을 보고 물을 내리려다 우연히 거품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거품의 대부분은 물이 담긴 좌변기에 소변을 볼 때 소변이 물과 부딪히면서 발생하고 잠시 지나면 서서히 사라진다. 격렬한 운동 후나 열이 났을 때, 고기를 과식하거나 짜게 먹어 갈증이 심할 때 소변 농도가 진해져 거품이 만들어진다. 남자들의 경우 전립선비대증이 있거나 전립선염, 요도의 염증, 성관계 후 요도에 남아 있는 분비물이나 정액 때문에 소변 줄기가 흐트러지면서 거품이 만들어지기도 한다.

맥주를 잔에 따를 때 거품이 생기는 것은 녹아 있던 탄산가스가 기체로 변하기 때문이다. 또 맥주에 포함된 단백질은 거품을 일정 시간 유지하는 역할을 한다.

일시적인 소변 거품은 맥주와 달리 탄산이나 단백질에 의해 만들어진 거품이 아니기 때문에 크게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거품이 자주 혹은 지나치게 많이 생기거나 시간이 지나도 없어지지 않는다면 반드시 소변 검사를 받아 원인이 되는 질환이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병적인 거품 오줌(foamy urine)은 소변에 단백질이나 당이 섞여 나오기 때문에 생긴다. 단백뇨(proteinuria)는 사구체신염·당뇨병이나 고혈압의 콩팥(신장) 합병증, 방광염 같은 요로감염이 있을 때 나타난다. 치료는 원인에 따라 다르지만 일반적으로 하루 단백질 섭취를 체중 1㎏당 0.6g까지 줄이는 저단백 식이요법을 실시하고 고혈압·고지혈증을 조절한다.

탄산가스가 효과를 발휘해 거품이 잘 생기고 상쾌한 청량감을 주는 맥주를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계절에 따라 온도를 다르게 해야 한다. 여름에는 섭씨 4~8도, 봄가을에는 6~8도, 겨울에는 8~10도가 좋다.

바로 받아놓은 신선한 소변은 냄새가 거의 없거나 가벼운 향긋한 냄새만 난다. 실온에서 2시간 정도 방치하면 세균에 의해 소변 내 물질들이 변질해 지린내라는 특유의 냄새를 풍기게 된다. 일부러 그럴 경우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검사를 위해 소변을 장기간 보관할 때는 밀폐용기에 담아서 섭씨 4~6도로 냉장 보관한다. 또 유로빌리노겐(urobilinogen), 빌리루빈(bilirubin) 등의 정량검사를 위해서는 냉동실에 보관한다.

맥주 거품을 마시면 탄산가스가 장을 자극해 복부 팽만감을 일으킬 수 있다. 그렇다고 이게 소변 거품으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다. 반면 맥주를 과음하고 안주로 육류를 많이 먹으면 탈수현상과 단백질 과다섭취로 소변에 거품이 많이 보일 수 있다.

남자들이 서서 소변을 볼 때 소변 줄기가 변기에 부딪히는 각도나 세기에 따라 거품이 만들어진다. 이런 경우 대부분 특별한 문제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됐다. 거품이 만들어지는 것이 재미있다고 흔들면서 소변을 보지는 말자. 소변이 변기 주변으로 튀고 옷을 버려 야단을 맞는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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