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시론] 노인 빈곤율 바로잡아야 복지 해법 풀린다.

윤석명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복지지출 늘려도 빈곤율 제자리

부유한 노인에 사회보장 쏠린탓

저소득층 돕도록 정책 전환해야





노인연령 기준을 상향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보건복지부 장관의 발언 이후 노인 복지정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노인연령 기준에 대해 논의를 제대로 하려면 우리가 흔히 접하는 통계수치에 대한 정확한 이해가 선행돼야 할 것 같다. 흔히 접하는 우리나라 노인 빈곤율 46.7%(2016년 기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에서도 가장 높은 수준이다. 금융자산보다 실물자산 선호가 높은 현실에서 가처분소득만으로 노인 빈곤율이 산정되다 보니 실제보다 빈곤율이 높게 나타날 수 있다. 가처분소득 외에 주거 안정성까지 고려할 경우 노인 빈곤율이 21%선으로 대폭 낮아진다는 연구결과가 주목받는 배경이다(‘다양한 노인빈곤지표 산정에 관한 연구’,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실물자산 외에 빈곤율을 높게 하는 다른 요인들도 점검해봐야 한다. 노인 빈곤율은 세금 등을 제외한 실제 사용 가능한 소득(가처분소득)을 기준으로 노인 집단에서의 중위소득(median income·소득순으로 나열했을 때 맨 가운데 소득) 50% 이하에 속하는 노인 비율이다. 전체 국민 중에서 노인 집단의 빈곤율이 평균적으로 높다는 의미가 아니라 65세 이상 노인 집단 중에서 상대적으로 빈곤에 처한 노인의 비율이 많다는 뜻이다. 노인들 사이에서의 소득 불평등 또는 소득 양극화가 심각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다.

‘2017년 노인실태조사’는 이러한 가능성을 제대로 보여주고 있다. 65세 이상 전체 가구에서 소득 하위 20%의 연소득은 756만원이다. 반면에 소득 상위 20% 가구의 소득은 이들보다 8배나 많은 6,046만원(2016년 소득 기준)이다. 그런데 세금과 사회보험에서 지급하는 공적이전소득(public income transfer)이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소득 하위 20%에게 지급되는 공적이전소득이 연간 396만원인 반면 소득 상위 20%에게는 3배나 더 많은 1,149만원이 지급되고 있어서다. 이처럼 근로소득과 재산소득이 훨씬 많은 집단에 사회보장 혜택이 집중되다 보니 OECD 회원국 중 복지지출이 가장 빠르게 늘어나고 있음에도 노인 빈곤율이 여전히 높은 것이다.



OECD 회원국 중에서 공적이전소득을 통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가장 낮은 나라가 우리라는 사실에 대한 공론화가 그래서 더욱 필요하다. 통계청의 ‘2015년 국민이전계정 개발 결과’에 따르면 1인당 연간 임금소득이 40세에 2,759만원(2015년 기준)으로 최대에 달하고 있다. 반면에 65세 이상 노인 가구 중 소득 상위 40%의 연간 총소득은 3,002만원(2016년 기준)이 넘는다. 노인 복지정책의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근거가 될 수 있을 것 같다.

이러한 지표들이 상대빈곤은 차치하고서라도 최소한 절대빈곤에서는 벗어날 수 있도록 복지정책의 우선순위 재설정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현행 노인빈곤지표와 기초연금 지급방식을 유지할 경우, 2018년 11조9,000억원인 기초연금 연간 소요재원을 오는 2027년에 28조6,000억원으로 늘릴지라도 노인 빈곤율은 여전히 OECD 평균의 3배 수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처럼 세금으로 운용하는 기초연금의 노인빈곤 완화 효과가 적음을 들어 이미 OECD는 수차례 우리 기초연금의 정책변화를 권고했다. 근로기간의 소득 양극화가 노후 소득 양극화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을 수 있도록 저소득 노인 중심의 기초연금 운영을 권고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가열되고 있는 노인연령 기준 상향조정 역시 이러한 맥락에서 접근해야 해법이 생길 것 같다. 국민 세금으로 운영되는 복지제도만이라도 저소득 취약노인에게 더 많은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복지정책의 대전환을 서둘러야 할 때가 된 것이다. 노인연령 기준 상향조정 논쟁을 소득계층별·복지제도별로 좀 더 잘 조준된 복지정책 설계를 위한 출발점으로 본다면 전화위복이 될 수도 있다. 유엔 등 국제기구 전문가조차 이해가 되지 않는다는 우리 노인빈곤지표를 현실에 맞게 재구성하려는 노력을 서둘러야 한다. 노인빈곤지표에 어떠한 문제가 있는지, 이러한 현실을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지 허심탄회한 사회적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