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에서 국가발전의 목표가 ‘경제성장’에서 ‘삶의 질’로 바뀌고 있다. 세계은행은 ‘포용적 성장(inclusive growth)’을 ‘성장의 속도와 내용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으로 정의하면서 성장의 과실이 저소득층에게도 고루 나눠지는 분배적 성과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역시 지난 2009년 조지프 스티글리츠 교수 등 경제전문가들이 발표한 ‘삶의 질 지표 개발’에 관한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이 분야의 연구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키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이의 일환으로 지난해 11월에는 우리나라에서 OECD가 주관하는 ‘삶의 질에 관한 세계포럼’이 개최됐다.
이러한 세계적 추세에 부응해 2013년 박근혜 정부 때 ‘국민행복 시대’를 새로운 국정목표로 내세웠고 문재인 정부 역시 2017년 ‘사람 중심의 포용국가’를 국정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객관적 지표로 나타난 지금까지의 성과는 미흡한 것이 사실이다. 유엔이 2012년 이후 매년 발표하는 ‘세계행복보고서(World Happiness Report)’에 의하면 한국의 국가행복 수준은 2018년 세계 141개 국가 중 57위로 중위권에 머물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34개 OECD 국가 중 32위로 거의 최하위권에 속한다. 특히 놀라운 것은 행복수준이 지난 5년간 지속적으로 나빠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국가행복 순위는 2013년 41위에서 2015년 47위, 2017년 56위, 그리고 2018년에는 57위로 떨어졌다.
세계행복보고서는 국가행복 수준을 결정하는 요인으로 크게 다음의 6가지를 꼽고 있다. 행복의 객관적 요건이라 할 수 있는 ‘건강수명(healthy life expectancy)’의 한국 순위는 2018년 세계 4위로 최상위권이고 ‘1인당 국민소득(per capita GDP)’은 상위권인 28위이나 행복의 주관적 요건을 나타내는 지표는 모두 중위권 또는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예를 들어 ‘자선활동 수준(generosity)’과 ‘부패 정도에 대한 인식(perception of corruption)’의 국제순위는 모두 39위로 소득이나 건강을 나타내는 객관적 지수에 크게 못 미치고 있다. 특히 ‘사회적 지지(social support)’는 95위, 그리고 ‘자신의 삶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freedom to make life choices)’는 139위로 후진국들을 포함한 조사대상국 중 하위권에 머물고 있다.
유엔이 설정한 지표의 기술적 한계를 감안하더라도 ‘국민행복’, 그리고 ‘포용발전’ 측면에서 우리의 현실은 문제가 있다. 이는 한국의 자살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출산율은 세계 최저 수준에 이르고 있다는 사실로도 잘 입증되고 있다.
이에 대한 해법은 과연 존재하는가, 그리고 해법이 있다면 이를 어떻게 추진해야 하는가. 이는 우리가 직면한 가장 시급하고도 중차대한 과제라고 할 수 있다. 경제와 건강문제에 대한 연구는 많고 그 해법 역시 다양한 형태로 제시되고 있으나 우리가 당면한 행복의 주관적 평가 연구는 상대적으로 매우 부족하고 해법 역시 불분명하다. 그간 정부 차원의 문제 제기에도 불구하고 성과가 미흡한 것도 바로 이런 이유에 기인한다고 사료된다.
그러나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영국·미국 등 선진국은 물론 OECD·유엔 등의 국제기구에서 행복의 주관적 판단에 관한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예를 들어 영국에서는 런던대가 중심이 된 ‘주관적 삶의 질과 행복’에 대한 연구팀이 최근 그 연구결과를 책자로 발간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영국 청소년과 성인의 행복에 대한 주관적 평가에 있어 그 결정요인이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정책과제가 어떤 것이 돼야 하는지에 관한 많은 지식을 얻을 수 있게 됐다. 따라서 우리가 지금 해야 할 일은 선진국과 국제사회에서의 연구결과를 참조해 행복의 주관적 인식에 대한 연구를 활성화하고 이를 바탕으로 문제 해결을 위한 우리 고유의 해결책을 마련하는 것이다. 우선 학계·언론과 함께 ‘당신은 행복하십니까’에 대한 정부 차원의 관심을 높이고 이에 관한 연구와 정책개발에 정부의 재정지원을 확대할 것을 건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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