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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윤한덕 센터장 영결식 엄수…이국종 “닥터헬기에 이름 새길 것”

10일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열린 ‘故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 영결식’에서 참석자들이 묵념하고 있다./연합뉴스




설 연휴 근무 중 돌연 사망한 윤한덕 중앙응급의료센터장의 영결식이 10일 오전 서울 중구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엄수됐다.

고인과 함께 응급의료체계 개선에 목소리를 높였던 응급의학 전문가들과 국립중앙의료원 동료 의사, 유족 등 300여명은 슬픔 속에서 서로의 아픔을 달랬다. 추모객들은 하얀 국화꽃 사이에 놓인 영정 사진을 바라보며 눈물을 삼켰다. 윤 센터장의 어머니는 차마 손에 든 국화꽃을 내려 놓지 못하고 영정 사진 속 아들 앞에서 울음을 터트렸다.

평소 고인과 닥터헬기 도입 등을 위해 머리를 맞댔던 아주대병원 이국종 교수는 “말도 안 되는 상황을 두려움 없이 헤쳐나갈 수 있는 사람”이라고 그를 회상했다.

이 교수는 “‘떨어지는 칼날은 잡지 않는 법이다’라는 세간의 진리를 무시하고 피투성이 싸움을 하면서도 모든 것을 명료하게 정리하는 선생님께 항상 경외감을 느꼈다”며 “센터를 방치할 수 없다는 정의감과 사명감을 화력으로 삼아 본인 스스로를 태워 산화시켰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센터장을 신화 속 지구를 떠받치고 있는 거인 신인 ‘아틀라스’(Atlas)에 비유하며 앞으로 도입될 닥터헬기에 윤 센터장의 이름을 새겨넣겠다고 약속했다.

이 교수는 “생명이 꺼져가는 환자를 (닥터헬기가) 싣고 갈 때 저희의 떨리는 손을 잡아 주실 것으로 믿는다”며 “창공에서 뵙겠다”고 말했다.

17년간 윤 센터장과 함께한 국립중앙의료원 동료들도 소리 죽여 눈물을 흘리며 그를 회상했다.

윤순영 재난응급의료 상황실장은 “사진 찍히는 것 싫어하시더니 실검(실시간 검색어) 1위까지 하셨네요”라며 울먹였다.

윤 실장은 “소중한 가족들과 가졌어야 할 그 귀한 시간을 저희가 빼앗아 죄송하다”며 “병원에서 실수하면 몇 명이 죽지만 우리가 실수하면 몇백, 몇천명의 국민이 죽을 수 있다고 말씀하시던 센터장님의 말씀과 웃음이 그립다”고 회고했다.

정기현 국립중앙의료원장은 “대한민국 응급의료의 개척자인 윤한덕 선생님, 세상을 향한 비범함 속에서도 수더분한 웃음을 짓던 당신이 벌써 그립다”며 “당신의 흔적을 떠올리며 우리는 선생이 남긴 숙제들을 묵묵히 이어 가보겠다”고 애도했다.



전남대 의대에서 응급의학과 수련을 함께 한 허탁 전남대 의대 교수는 “90년대 삼풍백화점이 무너졌을 때 밤새 환자를 돌보며 환자를 잘 치료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는 ‘측은지심’이 윤한덕의 시작”이라며 “중앙응급의료센터에 발을 디딘 이후 독립투사처럼 살아왔다”고 추모했다.

허 교수는 “이번 설 연휴 응급실에서 특별한 사건사고가 없었다면 윤 센터장을 생각해야 한다”며 “지난 20년간 응급의료체계가 발전했다면 국가와 국민은 윤 센터장에게 감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 센터장의 장남 윤형찬 군도 유가족 대표로 담담하게 추모사를 이어가며 아버지의 마지막 길을 배웅했다.

윤군은 “전 아버지와 가장 닮은 사람이기에 가족에게 미안한 마음 알고 있고 이해한다”며 “응급 환자가 제때 제대로 치료받을 수 있는 나라를 만드는 평생의 꿈이 아버지로 인해 좀 더 이뤄질 수 있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결식 이후 유족과 동료 의사들은 윤 센터장의 위패와 영정사진을 앞세우고 의료원을 한 바퀴 돌았다. 윤 센터장의 영정사진은 평생을 몸 바친 중앙응급의료센터 집무실 앞에서 한참을 머물렀다.

윤 센터장이 일주일에 하루를 빼고는 낡은 간이침대에서 쪽잠을 자가며 밤을 새우던 집무실 문은 굳게 잠겨있었다. 문 앞에는 국화꽃과 아메리카노, 전자담배가 놓여있었다. 영정사진을 뒤따르는 동료들은 참담한 표정으로 눈물만 흘렸다.

장례절차를 마친 윤 센터장의 시신과 영정을 실은 영구차는 유족과 동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장례식장을 떠났다. 윤 센터장의 두 아들과 아내는 영구차에 실린 관을 어루만지며 눈시울을 붉혔다. 윤 센터장의 어머니는 “아들아 한번 안아보자”라며 끝내 관을 붙잡고 오열했다.

윤 센터장의 시신은 서울시립승화원에서 화장된 뒤 장지인 경기 포천시 광릉추모공원 옮겨져 안장된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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