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하는 수입 자동차 고율 관세가 유럽연합(EU)의 완성차에만 부과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 경제잡지 포브스는 10일(현지시간) 스위스 투자은행 UBS의 보고서를 인용해 미국 상무부가 오는 17일까지 수입자동차가 국가 안보에 끼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백악관에 제출한다고 전했다. 이를 보면 UBS는 트럼프 행정부가 EU에서 수입되는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봤다. 자동차 부품이나 EU가 아닌 국가에서 수입되는 자동차는 부과 대상에서 제외된다.
상무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무역확장법 232조를 근거로 국가 안보에 끼칠 수입자동차의 영향을 작년 5월부터 조사했다. 연방 법률인 무역확장법 232조는 미국의 통상안보를 해친다고 판단되는 품목에 대통령이 재량으로 고율의 관세를 부과하거나 수입량을 제한할 수 있도록 허용한다. UBS는 상무부가 수입 자동차에 취할 조치가 필요하다는 조사 결과를 내놓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따라 관세를 부과할 것으로 예상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의 보고서를 받은 이후 90일 이내에 고율 관세 부과를 명령할 수 있다.
UBS는 2017년 EU가 미국에 수출한 자동차가 120여만대였으며 그 가운데 63만대가 고급 자동차, 61만대가 보급형 자동차였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를 부과한다면 “고급차 부문에서 수입차 판매가 90%가 줄어들며 EU의 수입차 판매가 65만대 정도 감소할 것으로 추산한다”고 예상했다.
포브스는 BMW, 메르세데스, 폴크스바겐의 아우디와 포르셰 등 주로 EU에서 미국으로 자동차를 수출하는 독일 기업들이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봤다. 그러면서 “미국에서 판매를 억제하는 어떤 조치가 나오더라도 이미 중국 내 판매감소, 유럽 경기둔화, 브렉시트(영국의 EU 탈퇴) 우려, 연비에 대한 규제강화, 내연기관 탈피 등으로 큰 타격을 받은 EU 자동차 산업은 황폐화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한편으로 포브스는 자동차 고율 관세로 미국 자동차 판매가 11% 줄어들고 한국과 일본 제품에도 충격이 있을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작년 7월 장클로드 융커 EU 집행위원장과 쌍방이 무역협상을 진행하는 동안에는 자동차 관세를 부과하지 않기로 합의한 바 있다. 그러나 현재 미국과 EU의 협상은 진통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포브스에 따르면 EU는 포괄적인 자유무역협정을 원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긴 시간이 걸리는 자유무역협정보단 자동차 부문의 무역 불균형을 이른 시일 내 해결하는 조치를 원한다. 이와 관련해 윌버 로스 미국 상무부 장관은 작년 12월 한 영국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자동차 무역 불균형이 세계대전 이후 안보 질서의 잔재라며 수정이 필요하다고 밝힌 바 있다.
미국 내에서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율 관세 부과가 자국 산업에도 피해를 준다는 시각도 있다. 미국 의회에서는 국가안보를 이유로 관세 부과를 단행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일방적인 조치를 제동할 수 있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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