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사법농단’ 의혹을 받는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당시 사법부 수뇌부들을 재판에 넘겼다. 이외 사법농단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판사 100여명 중 사법처리 대상도 이달 내 기소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음달부터는 양승태 사법부의 거래 상대방이었던 박근혜 정부 청와대 인사들과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을 밟는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검사)은 11일 오후 양 전 대법원장과 박병대·고영한 전 법원행정처장(대법관),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을 일괄 기소했다. 양 전 대법원장과 박 전 대법관은 △일제 강용징용 손해배상 사건 재판개입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비리 은폐 등의 혐의를 받는다. 고 전 대법관은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 △법관비리 은폐에 연루된 혐의를 받으며 이미 두 차례 기소된 임 전 차장은 법관 인사 불이익 조치와 관련해 추가 기소됐다.
네 사람은 공모관계로 얽혀 있으며 이들의 공소사실은 한 공소장에 담겼다. 쪽수는 296쪽에 달한다.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는 47개이며 박 전 대법관은 33개, 고 전 대법관은 18개의 범죄 혐의가 특정됐다. 공소장에는 중복된 혐의를 제외하고 네 사람에게 모두 52개의 혐의가 적용됐다.
다만 서기호 전 판사 재임용 탈락 관련 사건과 통합진보당 잔여재산 보전처분 재판개입 사건 관련 혐의는 박 전 대법관에게만 적용됐다. 양 전 대법원장을 기소하기에는 증거가 부족했기 때문이다. 임 전 차장이 최근 묵비권을 행사하는 것도 조사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임 전 차장의 범죄 혐의 중 증거관계가 부족해 양 전 대법원장 공소사실에 넣지 못한 것도 있다. 검찰 관계자는 “추가적인 증거가 나오면 당연히 기소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양 전 대법원장의 범죄 혐의가 더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은 이달 말까지 사법농단 의혹에 얽힌 전현직 판사 100여명 가운데 기소 대상을 가리는 데 집중한다. 사법처리 대상으로 차한성·이인복 등 전직 대법관들과 이규진 전 양형위원회 상임위원, 이민걸 전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 등이 거론된다. 검찰 관계자는 “가담 정도와 범죄의 중대성, 수사 협조 정도를 전체적으로 고려해 기소 여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기소 여부를 결정한 뒤 대법원에 징계가 필요한 비위 판사들의 명단을 통보할 예정이다. 오는 3월부터는 양승태 사법부의 거래 상대방이었던 박근혜 전 대통령과 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 등 정부 측 인사와 재판청탁을 한 서영교·전병헌·이군현·노철래 등 전현직 국회의원들에 대해 법리검토에 들어갈 예정이다.
양 전 대법원장 사건이 어느 재판부에 배당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재판부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부 재판장들의 협의를 거쳐 무작위 전산배당을 통해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법원 정기 인사와 양 전 대법원장과 재판장들 간 연고관계 등을 고려하면 사건을 맡게 될 재판부는 5곳 정도로 추려진다. 이 중 34부(재판장 송인권)와 35부(재판장 박남천)는 사법농단 사건을 대비해 만든 신설 재판부인 만큼 배당 가능성이 크다. /조권형·백주연기자 bu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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