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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정신' 온데간데 없고...제1야당의 부끄러운 자화상

전대 일정 논란에 컨벤션 효과 반감, 반쪽 전락 위기

친박-배박 구태 재연하며 '과거 회귀'모습에 실망감

다시 도진 극우발언 수습 미숙...지도부 리더십 실종

자유한국당이 전당대회 일정 변경을 둘러싼 주요 후보 간 갈등과 계파 다툼, 일부 의원들의 5·18 망언으로 제1 야당의 품격을 스스로 깎아 먹고 있다. 전대라는 대형 이벤트를 앞두고 나타난 지지율 상승의 불씨도 잇따른 퇴행적인 모습에 사그라지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한국당의 현실감각 부재를 또 한번 드러냈다”며 “지방선거 참패 후 오랜만에 찾아온 기회를 걷어차는 자해행위가 이어지고 있다”고 비판했다.

11일 리얼미터에 따르면 한국당의 2월 1주차 지지율은 4주 연속 상승한 28.9%를 기록했다. 전대에 대한 기대감과 문재인 정부의 실정에 따른 반사이익이 반영된 덕이지만 최근 이 같은 상승세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지지율을 일별로 쪼개보면 지난 1일 25.7%였던 통계는 7일 29.8%로 뛰며 30%에 근접했으나 전대 일정을 둘러싼 주요 후보의 보이콧과 황교안 전 국무총리에 대한 친박(친박근혜), 배박(박근혜 배신) 논란이 불거진 8일 28.9%로 떨어졌다.

지지율의 추세적 하락을 논의하기에는 미미한 수치지만 한국당에 대한 여론은 악화되고 있다는 게 정치권의 시선이다. 당장 ‘컨벤션 효과’를 기대했던 전대는 일정 변경에 대한 갈등이 폭발하며 보이콧·불출마로 이어진 상황이다. 황 전 총리와 김진태 의원을 제외한 오세훈·주호영·심재철·안상수·정우택·홍준표 등 6인의 당권 주자들이 전대 연기를 요구하며 후보등록 보이콧을 선언한 가운데 홍 전 대표는 일정 변경 불가라는 비상대책위원회와 당 선거관리위원회의 방침에 전대 불출마를 선언했다. 거물급 인사들의 등판으로 보수 결집과 지지율 반등을 꾀했던 한국당은 되레 ‘마이너스 전대’ ‘반쪽 전대’를 걱정해야 할 처지에 빠졌다. 당 일각에서는 지도부의 오락가락 원칙이 논란을 키웠다고 비판하고 있다. 황 전 총리와 오 전 시장의 출마자격이 문제가 됐을 때는 유권해석을 통해 당헌·당규 위반 논란을 피해갔던 비대위가 일정 문제에서는 원칙을 운운하며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다는 것이다.

굳은 표정의 김병준 비대위원장 김병준(왼쪽) 자유한국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1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에 참석해 곤혹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다. /연합뉴스




새 출발을 다짐해야 할 전대가 ‘계파’라는 구태를 불러냈다는 지적도 나온다. 황 전 총리의 입당과 전대 출마 과정에서 ‘친황’ ‘(도로)친박’ 등의 계파 용어가 재생산됐고 최근 황 전 총리를 둘러싼 친박 정체성, 박근혜 전 대통령 옥중정치 논란까지 불거지며 ‘과거로의 회귀’만 드러냈다.

다시 도진 막말·극우 발언은 같은 편마저 등을 돌리게 하고 있다.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은 8일 국회에서 열린 ‘5·18 진상규명 대국민 공청회’에서 ‘5·18은 폭동’ ‘5·18 유공자라는 괴물집단’ 등의 발언을 쏟아냈다. 논란이 확산되자 당 지도부가 사태 수습에 나섰지만 이 과정에서 나경원 원내대표가 “역사적 사실에 대한 해석을 달리할 수 있다”고 말하며 안일하게 대처한 점도 도마에 올랐다. 김무성·장제원 등 당내 의원은 물론 보수 시민단체까지 질타에 나서는 등 여론이 악화되자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뒤늦게 진상파악을 지시했다.



전문가들은 일련의 자중지란의 원인으로 지도부의 지도력 부재를 꼽았다. 사실상 임시체제인 비대위가 장기화하면서 리더십 공백이 일어나고 있다는 이야기다.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보수를 죽이는 자해행위가 이어지는데 이에 대한 즉각적인 대처나 결단이 없다는 것은 지도부가 상황에 대한 정무적 판단을 못한다는 방증”이라며 “비대위 체제가 장기화하면서 ‘책임지지 않는 당 운영’이 반복되는 탓”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런 식이라면 총선 결과도 이전(6·13지방선거)과 달라질 게 없다”고 말했다./송주희기자 ss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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