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11일 5·18 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 가운데 자유한국당이 추천한 권태오 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사무처장, 이동욱 전 월간조선 기자의 재추천을 요구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갖고 “두 사람의 경우 법에 규정된 자격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기에 후보 재추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한국당은 지난달 14일 김 전 사무처장, 이 전 기자와 함께 차기환 전 수원지방법원 판사 등 3명을 위원으로 추천했다. 김 대변인은 차 전 판사에 대해서는 “5·18에 대한 우려할 만한 언행이 확인됐으나 법률적 자격요건 갖춰 재추천을 요청하지는 않았다”고 설명했다.
5·18 진상규명법에 따르면 진상규명조사위원은 국회가 추천하는 9명의 위원(국회의장 1명·더불어민주당 4명·자유한국당 3명·바른미래당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돼 있다.
한국당은 앞서 진상규명조사위원 추천명단으로 이들 3명을 확정했으나 이후 5·18기념재단과 5·18 민주유공자 유족회 등이 “5·18 가치를 훼손하고 왜곡하는 데 앞장선 인물”이라고 비판하며 재추천을 요구했다. 문 대통령이 이날 사실상의 ‘거부권’을 행사한 것은 이 같은 시민단체 및 유족 등의 입장을 수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 전 기자는 지난 1996년 월간조선에 ‘검증, 광주사태 관련 10대 오보와 과장’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5·18단체로부터 사과 요구를 받은 적이 있다. 권 전 사무처장은 한미연합군사령부 작전참모부 특수작전처장 등을 지낸 인물로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됐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날 문 대통령의 재추천 요구는 공교롭게도 한국당 일부 의원들이 5.18 관련 망언으로 정치권과 시민사회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고 있는 시점에 이뤄졌다. 김 대변인은 한국당 일부 의원들의 5·18 관련 망언에 대해서는 “5·18에 대해서는 이미 역사적·법적 판단이 끝났다고 생각한다”며 “5·18 당시 헌정질서 파괴 행위자들에 대해 이미 법적 심판이 내려졌고 5·18 희생자는 이미 민주화운동 유공자로 예우를 받고 있다. 이런 국민적 합의를 위반하는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5·18 진상규명법에 위원 임명에 관한 사항 외에 대통령의 거부권에 대한 부분은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지 않고 민주당에서 추천한 일부 의원들 역시 제척 사유가 있다는 지적이 있어 향후 법리적 논쟁도 예상된다. 이를 의식한 듯 김 대변인도 “임명 거부가 아니라 재추천을 요구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더불어민주당과 바른미래당·민주평화당·정의당 등 여야 4당은 5·18 운동을 비하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한국당 의원을 국회 윤리특별위원회에 제소해 의원직 제명 등의 중징계를 추진하기로 했다.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4당 원내지도부 회의 직후 브리핑을 통해 “4당은 12일 한국당 의원들을 윤리위에 제소하고 힘을 모아나가기로 했다”며 “이들을 제명해 국회에서 추방하자는 데 이견이 없었다”고 밝혔다.
다만 의원직 제명을 위해서는 국회 제적의원 3분의2 이상 동의가 필요한 만큼 한국당이 찬성하지 않는 한 실제 징계로 이어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윤홍우·김현상기자 seoulbird@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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