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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수엘라 끝까지 지키겠다던 마두로, 비밀 망명 계획?

블룸버그 "후보지로 러·쿠바·터키·멕시코 등 거론"

망명설은 내분 유도 위한 '서방의 심리전' 분석도

군 훈련 행사에 참석한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안팎에서 퇴진 압력을 받는 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 측이 상황이 불리하게 전개될 경우를 대비해 비밀리에 망명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이는 마두로 대통령이 실각하더라도 베트남의 게릴라처럼 자국을 끝까지 지키겠다고 공언해온 것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베네수엘라는 지난달 10일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한 마두로 대통령과 작년 대선의 불공정을 지적하며 같은 달 23일 임시 대통령을 자처한 야권 지도자 과이도 국회의장의 강경 대치로 정국혼란을 겪고 있다. 미국을 비롯한 40여 서방국가들은 과이도 의장을, 러시아와 중국 등은 마두로 대통령을 지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블룸버그 통신은 익명 소식통 4명의 말을 빌려 마두로 대통령 측이 갑작스럽게 퇴진하는 상황에 대비할 것을 주문한 부인 실리아 플로레스의 권유에 밀려 비상계획(플랜B)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전했다. 마두로는 지금까지 정국혼란에 따른 망명 가능성이 제기될 때마다 “미국이 배후 조종한 쿠데타를 통해 자신을 축출하려고 하지만 나는 아무 곳에도 가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해왔다. 그러나 후안 과이도 국회의장을 임시 대통령으로 인정한 미국 국무부의 엘리엇 에이브럼스 베네수엘라 담당 특사는 “베네수엘라가 민주주의로 이행하는 과정에 마두로가 국외에 머무는 것이 더 좋다고 생각한다”며 “쿠바와 러시아 등처럼 마두로를 기꺼이 받아들일 국가가 많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에이브럼스 특사는 또 러시아와 쿠바를 제외한 일부 국가들이 개별적으로 접근해 정권 이양을 도운 마두로 정권 인사들을 기꺼이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전해왔다고 공개하기도 했다.

망명 후보지로는 쿠바, 러시아, 터키, 멕시코 등이 거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우선 쿠바는 베네수엘라의 오랜 사회주의 우방국이다. 산유국인 베네수엘라는 쿠바에 원유를 거의 무상으로 제공하면서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베네수엘라는 최근 초강력 회오리바람(토네이도)이 수도 아바나를 강타해 6명이 숨지고 수백채의 가옥이 파손되는 피해를 본 쿠바를 지원하려고 건설장비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석유 부문 투자 등으로 베네수엘라와 긴밀한 관계를 맺어온 러시아와 터키는 과이도 의장의 임시 대통령 선언을 인정하지 않으면서 미국이 주도하는 마두로 퇴진 움직임에 맞서고 있다.



지난해 12월 좌파정권이 들어선 멕시코 역시 불간섭주의를 내세워 베네수엘라 사태에 중립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멕시코는 전통적으로 쫓겨난 전직 대통령들을 받아들인 전례가 많다. 하지만 멕시코 외교부는 “우리 정부가 마두로 행정부와 망명을 논의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쿠바의 경우 미국의 제재 재개 우려 등으로 마두로의 망명이 즉각 이뤄지기 힘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 소식통은 “마두로와 측근들이 쿠바로 간다면 미국에 제재의 명분을 줄 수 있다”면서 “미국은 역내에 국가 차원의 테러를 조장한다는 이유로 쿠바를 겨냥한 특단의 대책을 추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미국은 마두로 정권에 몸담은 일부 인사가 무기와 마약 밀매에 연루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른 소식통은 “모스크바는 마두로가 선호하는 지역은 아니다”면서 “크렘린궁은 과이도가 아닌 명확한 대안이 없다면 마두로가 국외로 도망치도록 독려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마두로의 국외 도피 관측을 흘리고 서방 언론 등을 통해 확대 재생산하려는 것은 마두로 정권 내에 공포와 불안을 확산시켜 내분을 유도하는 고도의 ‘심리전’의 하나라는 분석도 마두로 정권과 지지 국가들 사이에서 나온다.

/정선은 인턴기자 jsezz@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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