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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국민연금 민낯 드러낸 '남양유업 배당사태'

남양유업이 배당을 늘리라는 국민연금의 요구를 사실상 거절했다는 소식이다. 남양유업은 11일 공식 입장문을 통해 오너의 지분율이 절반을 넘어 배당을 많이 하면 대주주만 이익을 본다며 국민연금의 요구를 거부했다. 스튜어드십 코드를 앞세워 작심하고 주주권을 행사했던 국민연금으로서는 체면을 크게 구기게 됐다.

남양유업은 국민연금의 배당확대 제안에 대해 “합법적인 고배당정책을 펼 경우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이익 증대라는 역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고 밝혔다. 오너 지분율이 53.85%에 달하는 터에 배당을 많이 하면 결국 사내에서 현금이 빠져나가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데 반해 엉뚱하게 대주주만 혜택을 누린다는 항변이다. 일부 논란의 여지가 있지만 줄곧 일관된 배당정책을 유지해온 것이나 최근의 경영실적을 고려할 때 배당 여력이 많지 않다는 회사 측의 논리는 일리가 있다. 배당정책은 경영여건이나 미래 투자 등을 아우르는 종합적 판단이 필요한 사안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국민연금이 이런 사태를 예견했음에도 명분에 사로잡혀 보여주기식 주주권을 행사했다는 사실이다. 국민연금의 지분율이 6.15%에 불과해 제안이 수용될 가능성이 희박한데도 시장에 미칠 파장을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오죽하면 “국민연금이 주주 권익을 대변한다는 논리는 이치에 맞지 않는다”는 소리까지 나왔겠는가. 실제 전문가들로 구성된 수탁자책임전문위원회에서도 배당 확대가 바람직하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이내 묻혀버렸다고 한다. 국민연금이 기업 본연의 실적을 따지기보다 ‘갑질논란’ 등 사회적 여론에 편승해 기업을 압박하고 망신을 주는 데 급급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는 일체의 정치적 고려 없이 객관적이고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이뤄져야 한다. 그래야만 기업들이 국민연금의 ‘블랙리스트’를 걱정하기 보다 투자를 늘리고 일자리를 만드는 데 전념할 수 있다. 국민연금은 이제라도 주주권 행사에 신중을 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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