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업자가 반드시 컴퓨터 코딩 전문가가 될 필요는 없지요.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는 수단으로만 코딩을 배우면 충분합니다.”
프로그래밍 교육기업 ‘멋쟁이 사자처럼’의 이두희(36·사진) 대표는 컴퓨터 공학이나 코딩을 학문으로 배우는 것에 반대한다.
최근 서울 강남 팁스타운에서 열린 고벤처포럼에서 ‘인공지능(AI)시대의 비(非)개발자’를 주제로 강연한 후 서울경제신문과 만난 이 대표는 “사회적 문제를 개선하려는 목적과 동기가 있다면 코딩 실력은 자연스럽게 올라갈 것”이라며 “코딩 자체가 목적으로 변질돼 초등학생까지 코딩학원에 다니는 현재의 코딩 조기교육은 효과도 의미도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가 지난 2013년 공동창업한 멋쟁이 사자처럼은 컴퓨터 비전공자에게 코딩을 가르친다. 9주간의 교육으로만 카카오톡 같은 프로그램을 직접 만드는 개발자로 육성하는 것이 목적이다. 창업 후 7년 동안 배출한 개발자만 4,000여명에 이른다.
이 대표는 “창업 초기 개발자를 구하지 못해 창업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창업자 스스로 기본적인 프로토타입(기본 모델) 정도는 개발하는 능력을 갖게 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컴퓨터 전공자다. 그것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에 재학 중이던 2006년 서울대 전산 시스템을 해킹해 세간을 떠들썩하게 만든 유명 인사다. 당시 학교 전산의 보안 허점을 발견한 이 대표는 학교에 문제를 제기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전산자료를 직접 해킹했고 이때 유출된 학생 개인정보 가운데 서울대 출신 배우 김태희의 고교 때 사진이 공개돼 화제가 됐다. 2008년에는 서울대 학생을 대상으로 익명의 교수 평가 사이트를 만들었는데 이 대표는 이때 코딩 실력이 일취월장했다고 자평한다. 2013년 서울대 컴퓨터공학과 박사 과정을 중퇴한 그는 재학 시절 아이디어를 실현하며 전율을 느꼈고 프로그램밍 실력도 향상시켰던 경험을 떠올려 창업을 했다.
그는 강연에서 “교육기간 동안 바둑 게임 등을 직접 코딩하는 실전으로 비전공자들의 동기를 불러일으킨다”며 “학습 강도가 센데도 교육이수율이 85%에 달할 정도로 높은 것은 이런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컴퓨터 비전공자들이 사회적 문제를 고민하면 코딩 학습 의지가 크게 오르고 완성된 성과물은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미친다고 확신한다. 2015년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때 멋쟁이 사자처럼 2기생들이 직접 메르스 웹 지도를 만들었는데 당시 메르스 공포로 순방문자수(UV)가 500만명에 달했다.
이 대표는 “메르스 지도가 이슈가 되자 ‘메르스 병원’을 감추기에 급급했던 정부도 결국 모든 정보를 공개했다”며 “소프트웨어로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희망이 코딩을 배우는 강력한 동기가 된다”고 강조했다.
멋쟁이 사자처럼은 비영리로 운영되고 있다. 1인당 5만원 정도의 수강료만 받고 기업들의 후원과 대학 자원봉사자들의 지원으로 유지되고 있는데 이르면 2월 중 직장인 대상의 유료 수업도 개설할 계획이다.
이 대표는 “컴퓨터 전공 학생이 대학을 졸업해도 스스로 앱 하나 만들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라며 “사회적 의미를 찾는 데서 학습 동기 유발이 시작되는 교육이 돼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글·사진=박현욱기자 hwpark@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