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가 국내 신고리원전 5·6호기 건설허가를 취소해달라고 낸 소송에서 건설허가가 위법하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공 법리 측면에서 허가를 취소해서는 안 된다고 봤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4부(김정중 부장판사)는 14일 그린피스 등이 원자력안전위원회를 상대로 낸 신고리 5·6호기 원전 건설허가 처분 취소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법원은 △원자력안전위원회 소속 위원 일부의 결격사유 △허가 신청서에 누락된 방사선 환경영향평가 등 2가지 이유로 건설허가를 위법하다고 봤다.
원자력안전위원회가 신고리원전의 건설을 허가했으나 소속 위원 9명 중 2명이 위원으로서의 자격이 인정되지 않는 결격자로 판단됐다. 재판부는 “원자력안전위원회의 위원으로 활동하려면 3년 이내에 원자력사용자단체의 연구과제를 수행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며 “하지만 2명의 위원이 해당 조건에 부합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또 원전 운전 중 중대사고가 났을 경우에 방사선이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허가 신청서에 기재하지 않은 점도 허가가 위법한 근거라고 재판부는 밝혔다. 방사선 환경영향평가서가 누락됐다는 의미다.
다만 재판부는 사정판결(事情判決) 제도에 따라 “위법 사유로 허가를 취소해야 할 필요성은 매우 적은 반면 취소로 발생하는 공공복리에 반하는 것은 매우 중하다고 판단된다”며 허가를 취소해서는 안 된다고 결정했다. 행정소송법 28조에 따르면 원고의 청구가 이유 있다고 인정하는 경우에도 처분 등을 취소하는 것이 현저히 공공복리에 적합하지 아니하다고 인정하는 때는 법원은 원고의 청구를 기각할 수 있다.
앞서 그린피스는 “원자력안전위원회가 고리원전의 특수한 위험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건설허가를 내줬다”며 2016년 9월 소송을 제기했다.
/백주연기자 nice89@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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