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의 통상임금 판결에 따라 약 4억원의 추가 법정수당을 부담하게 된 시영운수 측은 14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회사가 보유한 이익잉여금은 물론 순이익을 다 합쳐도 이를 부담할 방법이 없다는 판단에서다.
1심부터 3심까지 시영운수 측을 대리했던 법무법인 아이앤에스의 임동채 변호사는 이날 서울경제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시영운수 측에서는 경영을 지속하기 힘들게 됐다는 입장”이라고 패소 판결에 대한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1·2심에서 사측 입장을 인정한데다 대법원에서도 3년 이상 계류됐는데 느닷없이 이런 판결이 나오니 굉장히 당황스럽다”며 “4억원을 감당할 수 있다는 부분도 근로자 측 주장을 대법원이 받아들인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특히 대법원이 지난 2013년 기준 이익잉여금이 3억원 남짓 있었다는 이유로 추가 법정수당 4억원가량을 인정한 부분에 대해서는 “정확히 확인해봐야겠지만 회사가 버스를 사는 등 시설투자에 쓸 비용으로 남긴 금액까지 잉여금에 포함한 듯하다”며 “2011년과 2012년 순이익을 모두 합쳐도 1억4,000만원 정도밖에 안 돼 회사에 4억원이라는 돈은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현재 매출과 이익도 그 당시와 비교해 크게 늘어나지 않은 것으로 안다”고 덧붙였다.
임 변호사는 다시 치러지는 2심에서 통상임금 재산정 전에 이뤄진 임금에 대한 노사 합의를 파기한 것 자체가 ‘신의성실의 원칙’ 위반이라는 논리로 다투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시영운수 노사는 2011년 8월 임금인상률 3.5%안에 합의했다. 하지만 상여금이 통상임금에 산입되면서 시간급 통상임금이 기존 6,772원에서 8,743원으로 29.1%나 급증했다. 이는 기존 합의안의 8배가 넘는 수준이다.
임 변호사는 “재판부가 경영상 어려움을 중점으로 판단했지만 신의칙은 본래 기존 노사 합의에 대한 신뢰를 지키느냐에 그 취지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회사 경영 상태라는 것은 우연한 사정인데 상황이 좋으면 청구할 수 있고 어려우면 청구할 수 없다는 것은 불합리하다”고 주장했다. /윤경환기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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