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습기 살균제 피해 사건을 재조사하고 있는 검찰이 애경산업 등 가습기 살균제 제조·판매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을 이어가고 있다.
14일 검찰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권순정 부장검사)는 이날 오전 서울 마포구 애경산업 본사 내에 위치한 전산관리업체를 압수수색했다.
검찰은 애경산업의 전산 업무를 맡은 이 업체의 컴퓨터 하드디스크 등을 압수해 자료 확보에 나섰다.
애경에 앞서 지난 8일에는 SK케미칼(현 SK디스커버리)과 SK이노베이션에 대한 추가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SK케미칼이 국내 최초로 생산한 가습기 살균제 ‘가습기 메이트’는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유공바이오텍이 개발한 제품이다.
검찰은 지난달 애경산업과 SK케미칼, 이마트 본사에 검사와 수사관을 보내 제품제조 관련 문서와 판매자료 등을 확보한 바 있다.
검찰은 압수수색과 함께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를 이어가고 있다. 애경·SK 등 업체 관계자에 대한 조사도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해성이 인정된 가습기 살균제 원료인 PHMG(폴리헥사메틸렌구아니딘)·PGH(염화에톡시에틸구아니딘)를 사용해 처벌받은 옥시와 달리, 애경·SK는 원료로 사용한 CMIT(클로로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MIT(메틸아이소티아졸리논)의 유해성이 명확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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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환경부에서 지난해 말 CMIT·MIT의 유해성을 입증하는 연구결과를 제출하고, 피해자들의 추가 고발이 이어지자 검찰이 본격적으로 재수사에 나섰다.
애경산업과 SK케미칼은 2002년 10월부터 2013년 4월까지 CMIT·MIT 성분이 포함된 ‘가습기 메이트’를 제조·판매했다. 이마트와 애경은 2006년 5월부터 2011년 8월까지 이 성분이 든 ‘이마트 가습기 살균제’를 제조·판매했다.
검찰은 가습기 살균제 수사를 위해 검사 9명으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리는 등 수사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지난 13일에는 애경산업 납품업체 관계자들을 재판에 넘기기도 했다. 필러물산 전 대표인 A씨와 공장장 B씨가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로 구속기소 됐다.
이 회사가 SK케미칼에서 받은 CMIT 원료로 만든 가습기 살균제는 애경 등에 납품됐다. CMIT 원료를 이용한 가습기 살균제 관련 업체 관계자들이 기소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호경기자 khk010@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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