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가 정부의 브렉시트(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Brexit) 계획에 대한 하원 지지를 얻는 데 또 실패했다. 앞서 지난달 15일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첫 번째 승인투표가 기록적인 표차로 부결된 데 이어 또 다시 정부안이 거절당하면서 메이 총리는 취임 후 하원에서 10번째 패배를 기록했다.
영국 하원은 14일(현지시간) 오후 의사당에서 정부의 브렉시트 계획 결의안 및 의원들의 수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한 결과 찬성 258표, 반대 303표로 부결됐다. 집권 보수당 내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이 기권을 택했기 때문이다.
이들은 정부 결의안이 영국이 아무런 협정을 맺지 못하고 EU에서 탈퇴하는 ‘노 딜’ 브렉시트를 배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찬성표를 던지지 않았다.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은 ‘노 딜’ 브렉시트를 하더라도 영국이 중장기적으로 번창할 수 있는 만큼 EU와의 협상 테이블에서 이를 배제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이다. 각료들은 정부 결의안이 부결될 경우 메이 총리가 향후 EU와의 협상에서 더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호소했지만 부결을 막지 못했다.
앞서 영국과 EU는 아일랜드와 북아일랜드 간 ‘하드 보더’(Hard Border·국경 통과 시 통행·통관 절차를 엄격히 적용하는 것)를 피하기 위해 별도 합의 때까지 영국 전체를 EU의 관세동맹에 잔류하게 하는 ‘안전장치’에 합의했다. 그러나 브렉시트 강경론자들을 중심으로 반발이 커지자 메이 총리는 ‘안전장치’ 수정을 포함해 브렉시트 합의안을 재협상하겠다고 밝혔다.
제러미 코빈 노동당 대표는 그러나 이날 정부 결의안 부결 직후 “오늘 표결 결과는 총리의 행동 방침이 다수의 지지를 못받는다는 것을 증명했을 뿐”이라며 “정부가 계속해서 의회를 무시하면서 일관성 있는 계획 없이 (브렉시트가 예정된) 3월 29일을 기다릴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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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결의안 외에 하원은 브렉시트를 최소 3개월 연기하는 내용을 뼈대로 하는 스코틀랜드국민당(SNP)의 수정안을 찬성 93표, 반대 315표로 부결했다. 많은 수의 노동당 의원이 이 수정안 표결에서 기권을 선택했다.
노동당 지도부가 제출한 수정안 역시 찬성 306표, 반대 322표로 의회를 통과하지 못했다. 이 수정안은 오는 27일까지 정부가 브렉시트 합의안에 대한 제2 승인투표를 개최하거나, 아니면 더이상 EU와 합의가 불가능하다고 선언하고 하원이 향후 조치에 관해 투표를 통해 결정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날 정부 결의안 부결에도 불구하고 메이 총리는 당분간 EU와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에 집중할 예정이다. 메이 총리는 이날 표결 전에도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해 스웨덴, 포르투갈, 오스트리아 정상과 전화통화를 갖고 브렉시트 합의안 재협상 필요성을 강조했다.
앞서 메이 총리는 오는 26일까지 EU와 합의에 도달하면 제2 승인투표를 개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만약 26일까지 합의에 도달하지 못하면 다음 날 향후 계획과 관련한 결의안을 제출할 예정이며, 의원들이 이에 대해 수정안을 제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박민주기자 parkmj@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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