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14일(현지시간) 여야가 합의한 예산지출법안에 서명하기로 했다. 멕시코 국경장벽 예산 문제로 연방정부 셧다운(일시적 업무정지)이 재발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러나 핵심 공약인 국경장벽 건설을 강행하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기로 했다. 이에 민주당이 강하게 반발하는 등 향후 정국이 냉각될 것으로 보인다.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오후 연방의회에서 예산지출법안 표결이 실시되기 전 성명을 내고 “트럼프 대통령은 예산안에 서명할 것”이라고 밝혔다. 공화당과 민주당이 합의한 예산안은 국경장벽 건설에 13억7,500만 달러를 책정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애초 요구한 57억 달러에 크게 미치지 못하는 액수다.
그럼에도 트럼프 대통령이 예산안에 서명하기로 한 것은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의 재발을 막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국경장벽 예산을 둘러싼 대치로 역대 최장인 35일간 셧다운이 이어진 탓에 지지율이 하락하는 등 트럼프 대통령에게 정치적 타격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3일 셧다운 재발은 “끔찍한 일”이라고 언급했다.
샌더스 대변인은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앞서 말한 대로 국경에서 국가 안보와 인도주의적 위기를 중단시키기 위해 국가비상사태를 포함한 다른 행정적 조치도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대통령은 장벽을 건설해서 국경을 지키고 우리나라를 안전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다시 한번 이행하고 있다”고 역설했다. 멕시코 국경 지역에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함으로써 부족한 예산은 다른 부문에서 전용하고 병력을 동원해 장벽을 짓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국가비상사태 선포는 트럼프 대통령이 장벽을 건설하는 “가장 쉬운 해결책”이다. 하지만 공화당 내부에서조차 이견이 있을 만큼 논란이 큰 방안이다. 민주당 일인자인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면 “의회 관계가 종착점에 이를 것”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펠로시 의장은 “멕시코 국경에는 국가 비상 질서가 요구되는 어떠한 위기도 없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엄청난 우려와 경악에 직면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은 셧다운이 발생했던 지난달에 트럼프 대통령이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할 가능성을 두고 법률가들과 대책을 논의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당시 “대통령의 국가비상사태 선언을 견제할 수 있는 입법 옵션이 없을 수 있기 때문에 민주당은 법적 소송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전했다.
백악관 성명이 나온 이후 상원은 예산안을 표결에 부쳐 통과시켰다. 상원은 공화당이 다수를 점하고 있다. 민주당이 우세한 하원도 이날 저녁 표결할 계획이지만 통과 여부는 불확실하다. 연방정부 셧다운 사태 재발을 막고자 설정된 예산안의 처리 시한은 하루 뒤인 15일이다.
/박원희 인턴기자 whatamov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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