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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꽂이-큰 가슴의 발레리나] 글래머는 토슈즈를 신을 수 없다고?

■베로니크 셀 지음, 문학세계사 펴냄





발레는 여성 예술가에게 압도적인 지위를 부여해 왔던 거의 유일한 고전 예술 장르다. 하지만 여성성을 상징하는 가슴이 지나치게 크면 발레의 수직적 도약 동작을 방해하기도 하는 만큼 큰 가슴이 발레리나의 단점이 되기도 한다. 신작 ‘큰 가슴의 발레리나’는 발레리나를 꿈꾸는 주인공 바르브린이 큰 가슴 때문에 절망하는 이야기를 그린 프랑스 여성작가 베로니크 셀의 페미니즘 소설이다. 책은 바르브린과 각각 덱스트르와 시니스트르라고 불리는 한 쌍의 젖가슴의 독백이 번갈아 나타나는 형식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서로 다른 이야기만 하는데, 이 소통 불가능성 자체가 작품의 철학적 바탕을 이룬다. 여성의 육체적 조건을 상징하는 젖가슴은 여성 주체의 의지와 상관없이 따로 존재한다는 것이다. 가슴의 주인은 그것을 가진 여성이 아니라, 그것을 욕망하는 남성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책은 드러낸다.

가슴이 주인공이 되는 흥미로운 관점과 댄서 출신 작가의 춤에 대한 해박한 지식들이 기존의 페미니즘 소설과는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아울러 진정한 사랑의 과정인 출산을 거쳐 회복되는 여성의 신체는 페미니즘 계열 소설로써는 이례적으로 열린 결말로 마무리된다. 1만4,000원
/김현진기자 star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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