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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확천금 노리는 ‘코인 투자 광풍'…경찰 내사 착수

"상장땐 단기 500% 수익" 유혹

코인업 투자자 28만여명 달해

유력인 연관 주장 대부분 허위

경찰, 조만간 강제수사 나설듯

회사 "투자 사기 아니다" 주장

투자자들이 지난달 18일 서울 강남구 언주로에 위치한 ‘코인업센터’ 사무실에서 투자상담을 받고 있다./한민구기자




지난 13일 동도 채 트지 않은 오전4시. 서울 강남구 역삼동 ‘코인업센터’에 중장년층 남녀 800여명이 속속 모여들었다. 이들은 하나같이 ‘월드뱅크코인(WEC) 투자로 인생을 역전할 수 있는 일확천금의 기회를 잡았다’고 굳게 믿고 있었다.

일명 ‘캐시강’으로 통하는 강모 코인업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에게 비상장 암호화폐 토큰인 월드뱅크코인을 발행하고 상장하면 단기간에 400~50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하기 시작했다. 기자가 15일 만난 코인업 관계자는 “코인을 개당 20원에 사면 다음주에는 40원이 되니 빨리 계약하라”며 투자를 종용했다. “회사에서 6주 뒤 코인을 재매입하고 수익 25%를 얹어준다”며 원금을 보장한다고 홍보했지만 약속한 수익률과 코인 가격은 수시로 바뀌었다. 일반적으로 은행업 인가를 받지 않고 원금과 수익을 보장한다며 자금을 조달하는 것은 유사수신행위에 해당한다. 코인업의 모회사인 주식회사 코업은 법인등기상 통신판매업으로 분류된다.

이들에 따르면 현재 코인업에 투자한 사람은 온라인 27만명, 오프라인 7,000여명에 이른다. 1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문제가 발생할 경우 피해액은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코인업은 애초 지난해 12월 월드뱅크코인을 주요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광고하다 상장 시점을 올 2월 말로, 최근에는 오는 3월 초로 점점 늦추며 투자금을 모으고 있다.





코인업 측은 투자자들의 신뢰를 얻기 위해 문재인 대통령과 강 대표의 사진을 합성한 잡지 표지를 보여주거나 “3월에 박원순 서울시장과 만나기로 했다”는 등 유명 인사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서울 강남 한복판에 8층짜리 건물을 통째로 빌려 쓰며 직원도 고용하고 일부 매체에 기사 형식의 광고를 싣기도 했다. “행사에 밴드 ‘퀸’을 불렀다” “유명 연예인이 다수 투자했다”는 말도 퍼뜨렸다. 법무법인 율촌으로부터 법무자문을 받는다고도 주장했다. 하지만 확인 결과 청와대·서울시·율촌 측은 모두 “사실무근”이라며 코인업과의 연관성을 부인했다.

언뜻 이해하기 힘든 코인업 투자자들의 기행도 포착됐다. 매일 새벽 코인업 건물을 자발적으로 청소한다는 투자자들은 “새벽에 출근하면 수익률을 두 배로 쳐준다”고 했다. ‘투자자를 데려오면 수수료를 10~20% 추가 지급한다’는 다단계 형태의 영업방식도 차용한 것으로 보인다. 건물 내부 곳곳에는 ‘우리는 가족’ ‘사람을 사랑하라’ 같은 강령도 부착돼 있다.

인근 부동산중개 업체 관계자는 “60대 이상 노년층이 코인업 건물 인근의 70만~100만원짜리 월세방에 다수 거주하고 있다”며 “지난해 말 문의가 급증했고 이달 들어서만도 10명 가까이 방을 찾는 손님들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구태언 테크앤로 대표변호사는 “암호화폐를 상장한다며 원금과 원금 이상의 수익률을 보장한다는 것은 전형적인 유사수신 사기 형태”라며 “암호화폐 토큰은 실물이 없고 발행비용이 들지 않는다는 점에서 유사수신 사기의 새로운 유행 ‘아이템’이니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경찰이 특가법상 사기 및 방문판매법 위반 등 혐의로 내사에 착수한 상태이며 도주나 증거인멸의 우려가 큰 만큼 강제수사가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코인업 측은 “한국에서 발행하는 코인을 세계적으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일부에서 투자 시스템과 관련해 사기 가능성을 제기하지만 사실과 다르다”고 설명했다. /오지현·권혁준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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