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학자들만이 아니다. 기획재정부는 이날 발표한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에서 미중 무역갈등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반도체 업황 등 불확실성 때문에 투자와 수출이 조정을 받고 있다고 지적했다. 경제가 안팎의 난관에 부딪쳤다는 의미다. 앞으로 나아질 기미도 보이지 않는다. 이제 3%대 성장전망은 자취를 감춘 지 오래다. 한국은행은 2.6%로 낮췄고 해외 투자은행(IB)이나 신용평가기관 가운데는 2.3%를 점친 곳도 있다.
상황이 어렵다면 정부가 발 벗고 나서야 마땅하나 현실은 정반대의 길을 가고 있다. 소득주도 성장을 하겠다고 최저임금을 2년 새 29%나 올렸고 저녁 있는 삶을 주겠다며 주 52시간 근무를 강행했다. 기업 경영권을 위협하는 상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지원해도 모자랄 판에 오히려 기업과 자영업자의 목을 죄니 설비투자와 실업률이 9년 만에 최악이 되고 일용직과 시간제 일자리로 생계를 꾸리던 취약계층은 고용시장에서 쫓겨나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밖에 없다. 설익은 정책이 성장과 분배를 모두 앗아갔다.
한국경제가 직면한 난관의 시작이 정책실패라면 해법은 실패를 바로잡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현실과 따로 노는 노동·기업정책의 폭주를 멈추는 것은 이를 위한 전제조건이다. 물가상승률을 무시하고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던 최저임금을 경기상황에 맞춰 적용하고 기업이 현장 사정에 맞게 인력을 배치할 수 있도록 탄력근로와 선택근로제를 확대하는 것이 필요하다. 정부는 시장과 기업이야말로 한국경제가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유일한 힘의 원천이라는 사실을 잊으면 안 된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