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의 절박한 심정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 1위 현대중공업과 회사를 합치면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여러 형태의 구조조정이 수반될 수밖에 없다. 이 과정에서 근로자 일부가 일자리를 잃는 아픔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인수 반대를 파업의 명분으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약하다. 무엇보다 두 회사의 합병이 마무리되거나 살벌한 인력 감축을 예고한 것도 아니다. 앞서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두 회사 모두 강도 높은 구조조정으로 인력 구조 개선이 마무리 단계에 와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필요 이상의 인력 감축을 할 이유가 없다는 설명이다. 물론 경기에 민감한 조선업의 특성상 인력 감축의 우려를 완전히 떨칠 수 없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정치권을 끌어들여 매각 백지화까지 요구하는 것은 지나치다.
대우조선은 외환위기 이후 산업은행의 관리를 받으면서 10조원이 넘는 공적자금을 지원받았다. 진작에 민영화를 통해 새로운 진로를 모색해 강한 회사로 재탄생해야 했음에도 정치논리를 등에 업고 국민 혈세로 연명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제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내야 한다. 대우조선 노조도 국민의 부담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제 밥그릇만 챙기겠다는 과욕을 부려서는 곤란하다.
대우조선이 근본적인 경영 정상화를 모색하려면 주인 찾기가 필수이고 지금 그 순간에 와 있다. 조선 빅딜이 정치논리에 휘둘려 꼬리가 몸통을 흔들고 구조조정의 원칙마저 훼손돼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와 산업은행은 물론 인수를 앞둔 현대중공업이 이런 점을 각별히 유념하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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