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사 발행 암호화폐를 주요 거래소에 상장한다며 거액의 투자금을 끌어모은 코인업에 대해 내사를 벌이던 경찰이 19일 강제수사에 전격 착수한 것은 더 이상 방치할 경우 피해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늘어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다. 코인업 측에 따르면 투자자가 온라인 27만명, 오프라인 7,000여명에 이른다. 한 사람이 많게는 10억원 넘는 돈을 투자한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알려져 사기 혐의가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피해액이 수천억원대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또 피해자들이 대출을 받거나 빚을 지면서 투자한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나 사기에 취약한 서민들이 수렁에 빠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큰 상황이다.
일명 ‘캐시강’으로 통하는 강모 코인업 대표는 지난해 말부터 투자자들에게 비상장 암호화폐 토큰인 월드뱅크코인(WEC)을 발행하고 상장하면 단기간에 400~500%의 수익을 보장한다고 광고해왔다. 투자를 망설이는 사람들에게는 6주 뒤 원금에다 25%의 수익을 얹어주는 방식도 제안했다. 코인업처럼 은행업 인가를 받지 않은 업체가 자금을 조달하면 현행법상 유사수신행위로 처벌된다.
코인업은 지난해에는 12월에 WEC를 주요 거래소에 상장한다고 광고하다 상장 시점을 이달 말로 연기한 데 이어 최근에는 다음달 초로 자꾸 늦추며 투자금을 끌어모았다. 지난 16일 서울경제신문 보도 이후에도 코인업 측은 “조만간 10위권 거래소에 일제히 상장한다”거나 “마지막 투자 기회다”라며 영업을 지속했다. 경찰이 이날 압수수색을 진행하고 있는 와중에도 코인업 투자자들은 조만간 코인이 상장될 것으로 굳게 믿고 있는 분위기다. 한 70대 여성은 “코인이 상장하기만 하면 큰돈을 벌 수 있으니 계속해서 붙들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2017년부터 거세게 불었던 암호화폐 투자 열기가 사그라 들었지만 투자를 가장한 사기행위는 갈수록 늘고 있다.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대응팀에 따르면 가상통화 등 투자를 가장한 유사수신업체 수사의뢰 건수는 2015년 13건에서 2017년 39건으로 2년 만에 3배 급증했고 지난해에는 상반기에만 21건에 달했다.
피해 규모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되고 도주 우려도 큰 만큼 증거물 분석에서 혐의가 입증되면 경찰은 강 대표 등 핵심 피의자에 대한 신병확보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오지현·권혁준기자 ohjh@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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