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회가 아니라 친구들과 즐기는 취미 골프 라운드였다면 더 재밌었을 겁니다.”
20일(이하 한국시간) 차풀테펙 골프클럽(파71)에서 9홀 연습 라운드를 돈 타이거 우즈(미국)는 난감하다는 듯 빙긋이 웃었다. 이곳에서는 21일부터 나흘간 월드골프챔피언십(WGC) 멕시코 챔피언십이 열린다. WGC 시리즈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유러피언 투어, 일본 투어 등이 공동 주관하는 특급 이벤트. 이번 대회 총상금은 1,025만달러에 이른다.
지난해 PGA 투어 우승으로 ‘골프황제’의 모습을 되찾은 우즈는 올해 2개 대회에 출전해 모두 톱20에 오르며 새 시즌을 순조롭게 출발했다. 지난 1월 파머스인슈어런스 오픈 공동 20위에 이어 지난주 제네시스 오픈에서 공동 15위에 올랐다.
이번주는 조금 다른 양상의 도전에 맞닥뜨렸다. 차풀테펙 골프장이 처음인 우즈는 멕시코 챔피언십 첫 출전이며 멕시코에서 열린 대회 참가 자체도 처음이다. 멕시코시티에 위치한 이 골프장은 해발 7,800피트(약 2,377m)의 고지대에 자리 잡고 있다. 우즈가 이곳처럼 고지대에서 경기한 것은 1999년이 마지막이었다고 한다. 당시 대회장의 고도는 6,500피트였다. 우즈는 이날 연습 라운드 뒤 “볼이 평소보다 뜨지 않는다. 스핀양은 보통 때와 거의 같지만 점검해야 할 게 한두 가지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낮은 공기밀도 때문에 저항이 적은 이 골프장에서는 일반적인 환경에서보다 타구가 보통 15% 멀리 날아간다. 파71에 코스 길이가 7,345야드로 나와 있지만 훨씬 짧게 보고 플레이해야 한다. 거리 계산과 조절, 클럽 선택이 승부를 가를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우즈는 드라이버 대신 주로 5번 우드로 티샷할 것으로 보인다.
우즈와 같은 조로 연습 라운드를 치른 저스틴 토머스(미국)는 “6번 아이언으로 원래 200야드를 보내는데 여기서는 230~240야드까지 나간다”고 했다. 지난주 제네시스 오픈을 치른 미국 로스앤젤레스 인근 리비에라CC의 고도는 285피트. 궂은 날씨에 바람도 강했던 제네시스 오픈에서 177야드를 5번 아이언으로 쳤던 토머스는 차풀테펙에서는 비슷한 거리를 피칭웨지로 공략한다고 한다. 보통의 골프장과 비교해 클럽당 거리 차이가 60~75야드까지 난다는 뜻이다. 지난해 이 대회에서 연장 끝에 준우승한 토머스는 지난주 제네시스 오픈에서도 준우승했다. 마지막 날 포 퍼트 등 갑작스러운 퍼트 난조로 우승을 놓쳤다. 토머스는 “우승을 바라는 마음보다 지는 것을 싫어하는 마음이 더 크다”는 말로 우승 각오를 대신했다.
우즈는 1·2라운드를 브라이슨 디섐보, 에이브러햄 앤서와 같은 조로 경기하며 WGC 시리즈 통산 네 번째 우승을 노리는 디펜딩 챔피언 필 미컬슨은 토머스, 더스틴 존슨과 같은 조다. 세계랭킹 56위 안병훈과 아시안 투어 상금 2위 박상현도 출전한다.
/양준호기자 migue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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