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21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와 서울 잠실 롯데월드타워에서 친교 만찬을 가졌다. 서울 야경을 함께 감상하는 것을 통해 ‘신남방정책의 핵심인 인도가 한국 기업의 진출에 적극 협력해달라’는 메시지를 발신한 것으로 보인다. 모디 총리도 한국의 적극적인 인도 투자를 요청했다.
이날부터 1박 2일 일정으로 한국을 국빈 방문 중인 모디 총리와 문 대통령의 만찬은 장소부터 전례를 깬 것이었다. 문 대통령 취임 후 외국 정상이 한국을 찾으면 보통 청와대에서 오·만찬을 했지만 이번에는 처음으로 123층짜리 롯데월드타워에서 식사를 했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모디 총리가 2000년대부터 한국을 인도의 발전모델로 제시해왔기 때문에 현재의 대한민국 발전상을 보여주기 위해 장소를 선택했다”고 설명했다. 인도 측에 화려한 서울의 야경과 마천루를 보여줌으로써 인도에 대한 한국 이미지 제고, 기업 진출 활성화, 경제협력 강화 등을 자연스럽게 이끌어내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만찬에 앞서 양 정상은 롯데월드타워에 있는 서울스카이 전망대에서 서울 시내를 관람하기도 했다.
모디 총리의 한국 방문은 지난 2015년 이후 4년 만이다. 문 대통령의 지난해 7월 인도 국빈 방문의 답방 성격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모디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인도 전통 의상을 개량한 일명 ‘모디 재킷’을 선물로 보내왔고 문 대통령은 이를 공개하며 우의를 과시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의 부인 김정숙 여사가 지난해 11월 처음으로 문 대통령 없이 단독 순방을 간 곳도 인도였다.
이보다 전에 양 정상은 서울 연세대에서 열린 마하트마 간디 탄생 150주년 기념 흉상 제막식에도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축사에서 “‘변화를 원한다면 네가 그 변화가 돼라’ ‘평화로 가는 길은 없다. 평화가 길이다’라는 간디의 가르침이 깊이 와닿는다. 간디의 정신은 한국인의 가슴에도 영원히 남게 될 것”이라며 “간디의 위대한 정신이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 평화와 번영으로 실현되기를 간절히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올해 간디 탄생 150주년이자 3·1운동 및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주년을 맞아 간디의 숭고한 정신을 되새기며 한반도를 넘어 아시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 함께 노력하자”고 말했다.
양 정상은 22일에는 청와대에서 공식 정상회담을 열고 각종 협력사업에 대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후 국빈 오찬을 할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인도가 우리 정부의 ‘신남방정책’의 핵심 국가인 만큼 양국 협력을 강화하자”고 제안하고 한반도 비핵화·평화체제 구축에 인도의 지지도 당부할 것으로 보인다. 인도는 연평균 경제성장률이 7%에 달하는 등 세계 경제의 떠오르는 성장엔진이다. 또 신동방정책도 추진하고 있어 우리의 신남방과 맞닿는 부분이 많다.
한편 모디 총리는 이날 오전 대한상공회의소가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연 비즈니스 심포지엄에서 “양국 교역 규모를 오는 2030년까지 500억달러로 키워가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215억달러에서 두 배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의미다. 모디 총리는 2007년 구자라트 주총리 자격으로 방한했던 경험을 언급하며 “당시에도 지금도 한국은 경제성장의 롤모델로서 저에게 자리 잡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인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알려드리겠다”며 “전 세계의 어떤 경제 국가도 인도처럼 빠른 속도로 성장하지 않고 있다”면서 “인도의 연간 성장률은 7%를 달성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자국 인프라 수요와 관련해서도 “7,000억달러 규모의 투자 수요가 있을 것”이라며 투자를 권했다. 또 “자동차 e모빌리티 미션에 있어 저렴하고 좋은 전기차가 필요한데 한국은 전기차 제조에 있어 선도적”이라며 “인도는 이 사업에 있어서 (한국 기업들에) 굉장한 큰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 말미에 모디 총리는 한국말로 “혼자 가면 빨리 가지만, 함께 가면 멀리 간다”고 하면서 “저희는 열망을 갖고 한국과 협력하고 싶다. 그러나 인도 정부가 아무리 노력해도 (한국) 재계에서 같은 꿈을 꿔야 한다”고 말했다.
/이태규·박효정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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