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공학한림원 정회원 1호 부부인 김동주 전 국토연구원장과 김설주 서울시립대 연구교수 부부는 요즘 무슨 일에 ‘꽂혀’ 있을까.
우선 아내인 김설주 교수는 해외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대행을 15년 가까이 해왔다. 지금까지 해외출장 횟수만도 100차례가 넘는다. 이 중 베트남은 당일치기를 포함해 50번가량이나 다녀왔다. 그가 관여하는 국가만도 아프리카 케냐, 동남아 베트남·미얀마·라오스·캄보디아·태국·스리랑카, 중남미 파라과이·벨리즈, 중동 아제르바이잔 등 10개국 이상에 달한다. ODA는 KOICA가 무상, 수출입은행이 유상으로 각각 개발도상국에 지원하는데 10개 이상 프로젝트의 책임을 김 교수가 맡은 셈이다. 2005년 엔지니어링 회사에 근무할 때부터 시작해 시립대로 옮긴 뒤에도 지속하고 있다. “65세에 대학에서 은퇴하면 재능기부로 전환할 계획”이라는 게 그의 말이다.
그는 최근 KOICA ODA를 하는 파라과이에서 3주간 도로중앙차로와 BRT(Bus Rapid Transit) 교통계획을 세우는 일을 하다 왔다. 앞서 벨리즈에서도 이와 비슷한 교통계획을 세운 바 있다. “BRT를 남미에서 첫 번째로 했습니다. 지하철과 철도도 각각 아르헨티나와 파라과이가 제일 먼저 시작했는데 오늘날은 외부 지원이 필요하니 아이러니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동남아에서는 라오스와 베트남을 연결하는 철도와 관련해 수요와 투자금을 고려해 지난해 노선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ODA 관여 부처가 너무 많아 현지에서 헷갈리는 문제도 있다고 김 교수는 지적했다. 그는 “유무상 합쳐 연 1조5,000억원가량 ODA를 외교부·기획재정부·산업부·과기정통부·국토부·농림부 등 35개가량의 기관이 나눠 진행해 현지에서 ‘당신네는 정부가 몇 개냐. 지난주 무슨 부처에서 왔다갔다’고 한다”며 “과거 유무상 ODA를 통합하려고 했는데 그것도 의견차이가 있어 현재 총리실 국제협력위원회에서 조정하는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ODA 규모도 일본·중국과 비교가 되지 않는다고 한다. ODA 역사가 오래된 일본은 기술 신뢰도도 좋고 규모도 우리보다 0이 하나 더 붙을 정도다. 중국은 훨씬 더 공격적이다. 그는 “중국은 무조건 현금을 넣는다. 2013~2014년 케냐 나이로비의 철도설계 입찰에서 우리가 거의 되는 상황이었는데 중국이 ‘총사업비 20억달러를 무상 지원할 테니 대신 설계·시공업체 등 모든 인력을 우리 업체에서 써야 한다’고 하며 가져갔다”며 “중국 기술이 부실한 면이 있는 것을 알면서도 돈을 갖고 오니 굴복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ODA 통계를 잡을 때 중국을 뺄 정도”라고 전했다.
남편인 김동주 전 원장은 인생 이모작을 연세대 연구교수로 잡고 다음달부터 도시·지역개발 이론과 정책개발 경험을 강의한다. 스마트시티와 함께 지난해 초 설립된 도시재생협치 포럼 정책위원장으로 도시재생에도 관심이 많다. 최근 연세대에서 ‘지속가능성과 미래도시’라는 스마트시티 포럼도 열었다.
“우리나라가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세계를 선도했으나 이제는 그렇지 못해 아쉽습니다. 미국·유럽은 물론이고 싱가포르가 빅데이터를 교통·환경에 응용하고 가상도시도 만들고 중국은 인공지능 안면인식 등을 발전시키는 등 세계가 스마트시티에 박차를 가하고 있습니다. 교통·환경·보건·에너지 등을 지능적으로 관리해야 합니다.” 그는 이어 오는 27~28일 열릴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 관해 “언젠가 중국·일본·유럽·미국 등의 북한 자원개발 참여가 크게 확대될 수 있다”며 “북한 도로·철도·항만·산업단지·주택 개발 참여를 위한 선제적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고광본 선임기자 kbgo@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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