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스와티니(eSwatini)는 남한 면적의 약 6분의 1 수준(173만ha)의 작은 내륙국으로 수도는 음바바네(Mbabane)다.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에 둘러싸여 경제적으로 크게 의존한다. 거대한 산악을 병풍으로 삼은 풍광이 아름다워 ‘아프리카의 스위스’로도 불린다. 땅덩이는 작지만 해발 고도 차이가 분명해 기온·식생·강수량 등이 다양하다. 지대가 높은 서부는 강수량이 많아 초원이 발달했고 동부의 저지대는 건조한 사바나 지역이다. 남아공의 줄루·보어족이 아닌 스와지족의 나라로 영국의 보호령이었다가 1968년 독립을 이뤘다. 2018년 4월 독립 50주년을 맞아 국호를 기존의 스와질랜드에서 에스와티니 왕국으로 바꿨다. 정부는 ‘식민 잔재를 청산하고 스위스와의 혼동을 피하기 위함’이라고 이유를 밝혔다.
에스와티니는 아프리카에서 몇 안 되는 ‘왕정’ 국가다. 2006년 헌법을 제정하고 2013년 의회 선거를 실시했지만 정당 활동은 여전히 불법인 희한한 정치 구조다. 답은 명확하다. 1977년 이래 사실상 국왕이 입법·행정·사법 삼권을 틀어쥐고 있기 때문이다. 현 국왕은 음스와티 3세(50)로 아내가 14명에 이른다. 수만명의 10대 소녀들이 갈대를 들고 춤추는 축제를 해마다 벌이는데 여기서 왕비를 간택한다고 한다. 간택은 곧 신분 상승의 사다리로 작용한다. 1인당 국내총생산이 3,000달러대인 나라 살림에도 왕비 9명이 유럽·중동으로 전세기를 타고 쇼핑 여행을 다녀온 적도 있단다. 왕궁이 극심한 빈부격차를 부추기는 격이다. 실제로 에스와티니는 10%의 상류층이 부를 독점한 ‘1090 사회’이기도 하다. 하지만 왕비의 삶이 화려한 것만은 아니다. 국왕의 폭력과 학대를 견디다 못해 망명한 사람도 있고 장관과의 불륜이 들통 난 경우도 있다.
실업률이 60%에 이르는 곤궁한 형편이지만 고급 호텔과 식당가, 카페들이 즐비하다. 관광산업이 국가 경제에 크게 기여하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 야생동물보호구역이 잘 정비돼있어 여러모로 다른 아프리카 국가들보다 관광하기 좋은 나라다. 한국인은 60일간 비자 없이 체류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
당연히 직항 항공편은 없다. 통상적인 경로는 인천→홍콩→요하네스버그(남아공)→시쿠페공항(에스와티니) 순으로 이어지며 2회 경유가 대다수를 이룬다. 비행에는 20시간 이상이 소요되고 항공권 가격대는 최저가가 150만원대를 웃돈다. 비록 가는 길이 매우 불편하지만 영국의 보호령이었기에 영어를 공용어로 사용한다. 또 물가가 저렴한 편이다. 그 작은 나라에 아름다운 국립공원이 3곳이나 있는데 초식동물만 서식하는 공원에선 도보 사파리도 가능하다. 한겨울 기온도 20℃대에 머물러 혹한기를 피해 떠날 만하다.
수도 음바바네에서 40km 떨어진 도시 만지니는 이 나라 최대 도시다. 국토 거의 정중앙에 위치한 이곳은 음바바네 이전의 수도로서 행정중심지였으나 전쟁으로 도시가 폐허로 전락한 탓에 천도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인구 7만~8만여명의 대표적 공업도시로 성장했다. 우리의 시끌벅적한 5일장을 연상케 하는 만지니 시장이 있는데 목요일이면 나라 전역에서 온 상인과 손님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고 한다.
인근 만텡가 보호구역엔 이 나라 최대의 만텡가 폭포를 비롯한 삼림지대, 문화마을 등이 자리 잡고 있다. 날 것의 자연이 잘 보존돼있어 긴꼬리원숭이·따오기 등 야생동물과 함께 산책을 즐길 수도 있다고 한다. 문화마을에선 스와지족 전통 가옥을 둘러보며 끼니를 차리는 여성, 수공예품을 다듬는 모습을 보여주고 전통춤과 노래 공연 등 다양한 현지문화 체험 관광을 제공한다.
음바바네와 만지니에서 근거리엔 ‘워킹 사파리’가 가능한 음릴와네 야생동물 보호구역(Mlilwane Wildlife Sanctuary)이 있다. 맹수가 없는 초식동물의 낙원으로 자전거나 말을 타며 즐거움을 만끽할 수도 있다. 베이스캠프까진 트럭을 타고 이동한다. 방문자 등록 이후 지도 한 장을 받으면 아무런 보호(?) 없이 얼룩말·가젤·코뿔소·타조 등 다양한 동물을 만나면 된다. 사자와 싸워도 지지 않는다는 하마 역시 서식 공간(hippo pool)이 있는데 각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또 이곳은 명색이 보호구역임에도 거대한 숲속에 캠핑장이 있다. 우리의 오토캠핑장과 매우 흡사한데 전기와 수도를 끌어들여 편리한 숙박이 가능하다. 게다가 북쪽엔 전통 방식으로 지어진 벌집 마을(Beehive Villages)도 있다. 이곳 역시 보기와는 다르게 방마다 샤워·취사 시설이 완비돼있어 아프리카 콘셉트의 글램핑을 즐길 수 있다. /김태원기자 revival@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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