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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2차정상회담] '김일성 루트' 따라가 정통성 과시…美엔 '中과 함께' 메시지

■ 김정은, 열차로 베트남행 왜

祖父처럼 60시간 장거리 이동

北 매체 여정 이례적 신속보도

"사흘간 관심끌며 영향력 높이기"

中종단도 "기싸움에 유리" 판단

김정은(가운데) 북한 국무위원장이 23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로 출발하기에 앞서 환송을 받고 있다. 이날 행사에는 김영남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 최룡해 당 부위원장, 박봉주 내각 총리 등이 참석했다. /연합뉴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2차 북미정상회담이 열리는 베트남 하노이행에 전용기 대신 전용열차를 선택했다. 이번 북미회담에 임하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과거 조부인 김일성 주석의 베트남 방문 루트를 따르면서 북한의 정권 계승자로서 정통성을 과시하는 동시에 이동기간 내내 관심이 집중되는 이벤트 효과를 통해 회담의 주도권을 높이는 ‘일석이조’의 성과를 올리겠다는 분석이다.

24일(이하 현지시간) 러시아 타스통신 등 외신 및 베이징 소식통에 따르면 김 위원장을 태운 전용열차는 지난 23일 오후5시 평양을 출발해 오후10시30분에 중국 측 국경도시인 단둥에 도착했다. 중국 내지로 들어온 전용열차는 24일 오후1시 톈진을 통과해 남행 중이다. 시속 60~70㎞인 현 속도로 남하할 경우 26일에는 중국·베트남 국경을 지나 하노이에 도착할 것으로 예상된다.

북한 관영매체들도 이례적으로 김정은의 여정을 신속히 보도했다. 조선중앙통신과 노동신문 등은 24일 새벽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23일 오후 평양역에서 전용열차를 타고 출발했다”고 보도했다. 북한 측에서 대대적으로 환송을 받는 김 위원장의 사진들도 함께 실었다. 앞서 싱가포르에서 열린 1차 회담 때는 김 위원장이 싱가포르에 도착할 때까지 일정을 보도하지 않았다.

김 위원장이 3∼4시간이면 하노이까지 갈 수 있는 전용기 ‘참매 1호’를 두고 60여 시간이 걸리는 전용열차를 택하고 곧바로 대내외에 공개한 것은 이번 2차 북미정상회담에 대한 자신감이 읽히는 대목이다. 이에 부응하듯 국내외 매체들도 김 위원장의 깜짝 이벤트를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일단은 김 위원장이 주연이 되고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조연이 되는 분위기다. 베이징의 한 소식통은 “지난해 1차 북미정상회담 때는 회담의 결과를 장담할 수 없어 소극적으로 회담 일정을 알렸지만 이번 2차 회담에서는 뭔가 단단히 준비하고 있다는 분위기가 읽힌다”고 말했다.



외신들은 특히 북한 김씨 일가의 상징처럼 돼 있는 ‘장거리 열차여행’을 통해 정권의 정통성을 전 세계에 과시하려는 대목에 주목하고 있다. 출발과 도착만 관심거리가 되는 항공기와 달리 전용열차는 이동하는 사흘 내내 세계인의 관심을 모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김 위원장의 조부인 김일성 주석은 1958년 열차를 이용해 중국 광저우까지 이동한 후 중국 측 항공기를 타고 베트남을 방문해 전 세계의 이목을 북한으로 집중시킨 적이 있다.



또 미국에는 ‘중국과 함께한다’는 사실을 강조해 협상력을 높일 수도 있다. 춘제 연휴 여파로 교통체증이 여전한 상황에서도 중국 측에서 일부 구간 통제 등 상당해 배려했다는 후문이다. 대외적 이벤트 효과를 통해 북미정상회담 과정에서 미국에 전혀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주려고 한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김 위원장은 이번 방문에 김영철·리수용·김평해·오수용 노동당 부위원장과 리용호 외무상, 노광철 인민무력상, 김여정 당 제1부부장, 최선희 외무성 부상 등이 동행하고 있다. 다만 부인 리설주 여사는 호명되지 않아 참석하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베트남 외교부는 앞서 23일 김 위원장이 수일 내 베트남을 ‘공식 우호 방문’한다고 공식 발표했다. 외신들은 김 위원장은 27∼28일로 예정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을 마치고 하루나 이틀 더 베트남에 남아 베트남 측 정부 인사들과 교류할 것으로 전했다. /베이징=최수문특파원 chs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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