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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상논단] '백화제방' 美민주당 대선후보 경쟁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교수

트럼프 대통령 인기 떨어지고

당내 뚜렷한 유력주자도 없어

조기 출마선언해 지지층 확보

경선 초부터 승기 잡기 안간힘





미국의 다음 대통령 선거는 오는 2020년 11월3일이고, 민주당의 경우 대통령 후보 선출을 위한 경선은 2020년 2월3일과 11일에 각각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로부터 시작된다. 역산을 해보면 대통령 선거는 1년 하고도 8개월 이상이 남은 셈이고, 민주당 경선은 아직도 1년 조금 안 되게 남은 셈이다. 그러나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벌써 시작된 느낌이다. 많은 후보들이 경쟁적으로 출마선언을 하고 있고 출마선언을 한 사람 숫자만큼 많은 사람들이 출마선언을 준비 중이다.

출마선언도 2019년에 접어들자마자 봇물처럼 쏟아져 나와 지난 1월에만 캘리포니아주 상원의원 카멀라 해리스를 비롯해 6명이 공식적으로 출마를 선언했다. 이어서 2월에는 코리 부커, 엘리자베스 워런, 에이미 클로버샤, 버니 샌더스 등 4명의 상원의원이 출마의지를 공식화했다. 앞으로 조 바이든 전 부통령, 마이클 블룸버그 전 뉴욕시장 등 유력 정치인도 출마가 예상돼 안팎으로 20명 안팎의 민주당 대선후보가 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왜 이렇게 후보가 많고, 또 왜 이른 시기에 출마하는가.

우선 후보가 많은 것은 현직 대통령인 도널드 트럼프의 인기가 매우 저조하고 또한 경선 장마당이 선 민주당 내에 독보적인 유력주자가 없다는 것이 주요 이유일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도는 취임 이후 50%를 넘어본 적이 없으며 지난해 12월22일 시작돼 올해 1월25일까지 34일간 지속된 정부 셧다운 당시에는 37%까지 떨어지기도 했다. 대강 40% 전반 대에서 더 이상 올라가지 못하는 트럼프 대통령의 낮은 인기도, 중도파 지지층의 이탈, 민주당 중간선거 하원 탈환의 분위기 등이 민주당 후보들의 도전 의지를 부추기고 있다.

힐러리 클린턴이라는 거물 정치인이 있었던 2016년 민주당 경선과는 달리 현재 민주당 후보 간 차이도 도긴개긴 수준에 불과한 점 또한 많은 경선주자들을 불러들이는 요인이 되고 있기도 하다. 샌더스 의원이 다시 경선에 출마하지만 클린턴 후보와 양자 대결을 치렀던 2016년 민주당 경선과 지금의 상황은 상당히 다르다. 바이든 전 부통령이 등장한다고 해도 그 흡인력이 어느 정도일지에 대해서도 의구심이 많다. 이런 상황에서 전직·현직 상원 혹은 하원의원, 시장, 기업가 등 다양한 인물들이 대선후보 가능성을 저울질하면서 출마하고 있다.



한편 이들 민주당 후보의 후보출마 선언이 상당히 빠르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실은 후보 숫자로 보면 2016년 미국 대선 당시 트럼프 후보와 함께 서로 경합했던 공화당 후보들도 꽤 많았던 편이다. 그렇지만 당시만 해도 대부분 후보의 경우 출마선언이 지금처럼 이렇게 빠르지는 않았다. 그러나 민주당의 경우 2019년이 시작되자마자 많은 인물들이 경쟁적으로 경선 레이스에 출사표를 던지기 시작했다. 왜일까.

우선 클린턴과 같은 발군의 유력주자가 없는 상태에서 일찍 출마를 선언해 대중적 인지도를 넓히고 선거자금을 모금하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 경선이 일찍 시작되는 아이오와주와 뉴햄프셔주를 포함해 전국적으로 선거조직이 구축되고 활성화되기 위해서는 지지층을 결집하고 선거자금을 확보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서는 무주공산에서 출마선언을 망설일 필요가 없다. 먼저 움직일수록 조직이 빠르게 구성되고, 돈도 따라오고, 미디어도 좇아오게 된다. 그 결과 미디어의 보도빈도가 높아지면서 다시 조직과 돈이 선순환적으로 귀속된다면 다른 후보의 착점을 보고 따라 두기보다는 선수를 잡는 것이 초반 포석의 정수일 수 있다.

또한 가장 많은 민주당 대의원 수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2016년의 경우 6월에 경선을 실시했던 캘리포니아주가 이번에는 경선 날짜를 앞당겨 슈퍼화요일이라고 불리는 3월3일에 다수의 주와 동시에 경선을 치르게 됐다. 그래서 경선 초반에 승기를 잡아야 한다는 압박감이 증가했을 것이며 이 역시 후보들의 조기 출마선언을 촉진한 한 원인이라고 생각된다. 이렇게 많은 후보들이 이처럼 빠른 시기에 출사표를 던진 백화제방의 2020년 민주당 경선은 유력주자가 조기에 부상하지 않는 경우 2016년 경선처럼 상당히 오랜 기간 진행될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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