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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10대 병원서도 포기한 환자…韓서 살렸다

골수 이형성 증후군 앓던 40대

"생체간이식은 韓 전문" 추천에

서울아산병원 찾아 성공적 수술

서울아산병원에서 간이식 수술을 받은 찰스 카슨이 지난 22일 마흔여섯번째 생일을 맞아 아내 헤이디 카슨과 의료진이 축하하고 있다. /사진제공=서울아산병원




미국 병원에서 수술을 포기한 간경화 환자가 한국 의료진으로부터 생체간이식 수술과 치료를 받고 건강을 되찾았다.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검색엔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던 찰스 카슨(47)은 지난 2011년 몸이 좋지 않아 병원을 찾았다가 이유를 알 수 없는 간경화와 골수 이형성 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골수 이형성 증후군은 조혈모세포의 이상으로 혈소판·백혈구 등의 혈액세포가 줄어 면역기능 이상, 감염, 출혈은 물론 만성 백혈병으로 악화할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카슨은 병을 고치기 위해 미국 스탠퍼드대병원에서 골수 이형성 증후군 항암치료를 10회 이상 진행했지만 간 기능이 나빠져 더 이상 치료를 받지 못했고 결국 미국 장기이식네트워크(UNOS)에 뇌사자 간이식 대기자로 이름을 올렸다. 그러나 긴 대기 시간으로 상태는 갈수록 악화했다. 그가 건강을 되찾는 유일한 길은 살아 있는 사람의 간 일부를 기증받는 생체간이식이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생체간이식 경험이 적은 미국의 모든 간이식센터에서 수술 후 회복을 장담할 수 없다며 수술을 꺼렸다.

이에 스탠퍼드대병원 의료진은 “생체간이식은 미국보다 한국이 훨씬 앞서 있다”며 서울아산병원을 추천했고 카슨 자신도 생체간이식 수술 건수와 생존율 등을 직접 찾아본 뒤 한국행을 결심했다. 스탠퍼드대 의료진은 한편으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의 송기원 교수에게 직접 e메일을 보내 환자를 부탁하는 성의를 보였다.



카슨은 결국 지난해 11월 한국을 찾아 진료를 받았고 한 달 뒤 18시간에 걸친 대수술 끝에 아내의 간을 부분이식받았다. 송 교수는 “카슨의 경우 간경화에 따른 잦은 복막염으로 유착이 심했고 간 문맥 혈전과 많은 부행 혈관이 발달해 있어 고도의 집중력과 고난도의 수술 기술을 필요로 했다”고 말했다.

카슨은 수술 후 상태가 호전돼 이달 중순부터 일반병실에서 아내와 함께 지내다 25일 미국으로 돌아갔다.

송 교수는 “이제 카슨은 스탠퍼드대로 돌아가 골수 이형성 증후군에 대한 항암치료를 다시 받으면서 골수이식 치료를 계획할 예정”이라며 “우리 의료진을 믿고 치료 과정을 잘 따라준 환자와 가족들 덕분에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승규 서울아산병원 간이식·간담도외과 석좌교수는 “미국의 10대 병원으로 손꼽히는 스탠퍼드대병원이 우리나라의 의료 수준을 인정해주고 환자를 믿고 맡겼다는 사실이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임웅재기자 jaelim@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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