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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파격' 선택한 오스카

[91회 아카데미]

흑백의 우정 그린 '그린북'

최대관심 작품상 수상 파란

화제작 '보헤미안 랩소디'

남우주연상 등 4관왕 영예

'로마' 감독상 등 3관왕 차지

넷플릭스 작품 사상 최초

24일(현지 시간) 열린 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보헤미안 랩소디’의 라미 말렉이 트로피를 들고 감격해 하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은 영화팬들의 기대에 부응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반전을 적절하게 조합했다는 호평을 받았다.

4일(현지시간) 오후 할리우드 돌비극장에서 열린 올해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는 ‘보헤미안 랩소디’가 남우주연상(라미 말렉), 편집상(존 오트만), 음향믹싱상(폴 마시 외 2명), 음악편집상(존 워허스트 외 1명) 등 4관왕의 영예를 안았다. 이 영화는 국내에서도 음악 영화로는 보기 드물게 99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퀸’ 신드럼을 일으켰다. 지난 1월 ‘아카데미 전초전’이라고 불리는 ‘골든글로브’에서 작품상, 남우주연상 등을 수상해 아카데미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이라는 예상이 그대로 적중됐다.

윤성은 영화 평론가는 “전 세계가 사랑한 퀸의 음악과 프레디 머큐리를 스크린에 담은 작품으로 기술적인 부분과 라미 말렉의 싱크로율이 높은 평가를 받은 결과”라고 평가했다. 주연을 맡은 말렉은 이 영화로 전세계적인 최정상급 배우로 우뚝 서며 인생역전에 성공했다. 그는 수상 소감에서 “나는 이집트에서 온 이민 온 가정의 아들”이라며 “이런 스토리를 쓰고 이야기할 수 있어 더욱더 감사하다”고 말했다. 이어 “어린 시절 저에게 이런 일이 벌어질 거라 생각했다면 정말 머리가 터졌을 것”이라며 “우리는 남성, 그리고 이주자들에 대한 스토리를 오랫동안 기다려왔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라미 말렉이 24일(현지시간)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로 남우주연상을 받고 수상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AP연합뉴스




최대 관심사인 작품상은 ‘그린북’(피터 패럴리 감독)이 차지하며 가장 강력한 후보였던 ‘로마’를 꺾는 파란을 일으켰다. ‘그린북’은 남우조연상(마허셜라 알리), 각본상(닉 발레로롱가 외 2명)도 거머쥐며 3관왕에 올랐다. 흑인의 자유로운 여행과 밤 외출이 엄격했던 1960년대 미국을 배경으로 흑인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마허샬라 알리) 박사와 이탈리아계 이민자 출신 운전기사 토니 발레롱가의 우정을 그린 ‘그린북’의 작품상 수상은 오스카의 변화를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다.

영화 ‘그린 북’의 피터 패럴리 감독(가운데)이 24일(현지시간)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작품상 트로피를 들어보이며 환호하고 있다./AP연합뉴스




정지욱 평론가는 “흑인과 인권에 대한 관심이 더욱 커진 오스카의 경향을 볼 수 있었다”고 평가했다. 전찬일 영화 평론가도 “압승이나 싹쓸이 없이 적절히 안배된 결과가 인상적”이라며 “‘그린북’의 작품상 수상은 지난 몇 년 간 오스카 향배 중 가장 인상적인 파격”이라고 평가했다. 연출을 맡은 패럴리 감독은 시상 무대 위에 올라 “이 영화는 사랑에 관한 것”이라며 “우리는 서로 다르지만, 사랑하라는 것, 우리는 모두 같은 사람이라는 내용을 담았다”며 감격의 수상 소감을 전했다. 이 작품으로 남우 조연상을 수상한 마허셜라 알리는 오래전부터 연극무대에서 탄탄하고 폭넓은 연기력은 인정받았으며, 국내에서는 ‘문라이트’, 드라마 ‘하우스오브 카드’의 로비스트 레미 역할로 얼굴을 알렸다. 그는 “셜리 박사님 모습을 담아내려고 했던 것이 제 연기가 됐다”며 “함께 연기한 비고 모텐슨(토니 발레롱가 역)에게도 감사드린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24일(현지시간) 열린 제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트로피 3개를 든 채 포즈를 취하고 있다. 쿠아론 감독의 영화 ‘로마’는 이날 감독상, 외국어영화상, 촬영상을 각각 수상했다. /사진=AP연합뉴스


이어 감독상은 넷플릭스 영화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이, 여우주연상은 ‘더 페이버릿 : 여왕의 여자’의 올리비아 콜맨이, 여우 조연상은 ‘이프 빌 스트리트 쿠드 토크’의 레지나 킹이 각각 수상했다. ‘로마’의 알폰소 쿠아론 감독의 수상도 올해 아카데미 영화의 속내를 엿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넷플릭스의 영향력이 반영된 결과로 눈길을 끈다. ‘로마’는 1970년대 초반 혼란의 시대를 지나며 여러 일을 겪어야 했던 멕시코시티 로마 지역에 사는 클레오의 삶을 그린 작품이다. 지난해 9월 베네치아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으며 넷플릭스 영화로는 처음으로 세계 3대 영화제에서 최고상의 영예를 안았다. 정 평론가는 “이제 영화를 만나는 플랫폼으로서 넷플릭스를 인정할 수밖에 없는 아카데미 영화인들의 속내를 엿볼 수 있었다”고 전했다.

이 외에도 올해 아카데미 레드 카펫은 아카데미 시상식 결과를 예측한 듯 형형색색·젠더 파괴 드레스 코드로 다양성을 드러냈다. 지난해 골든 글로브에서는 ‘미투’ 운동을 지지하는 의미로 모든 배우들이 블랙 의상을 입었고, 지난해 오스카 역시 ‘올 블랙’은 아니지만 무채색 옷들을 입은 배우들이 ‘미투’를 지지했다.

24일(현지시간) 열린 제 91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 연기상을 수상한 배우들이 수상 직후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남우 주연상 라미 말렉(왼쪽부터), 여우 주연상 올리비아 콜맨, 여우 조연상 리자이나 킹, 남우 조연상 마허셜라 알리. /사진=AP연합뉴스


반면 올해에는 영화배우 빌리 포터가 상반신은 오서독스한 스타일의 남성용 턱시도 정장을 하고, 하반신은 풀 스커트 형태의 벨벳 가운으로 파격적인 ‘젠더(성별) 파괴’를,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콘스탄스 우는 화사한 옐로 드레스로 청중의 시선을 집중시켰다. 레이디 가가는 목에 티파니 코의 128.54캐럿짜리 옐로 다이아몬드 목걸이를 걸거 나왔다. 이는 역대 오스카 시상식에 등장한 소품으로는 최고가라고 알려졌다.

흑백 인종차별을 다룬 영화 ‘블랙클랜스맨’으로 작품상 후보에 오른 스파이크 리 감독은 자신의 오래된 전작 ‘똑바로 살아라’에 나온 빌 넌과 라디오 라힘의 반지를 손가락에 끼고 카메라를 향해 주먹을 쥐어 보여 눈길을 끌었다. 리 감독의 반지에는 ‘사랑’(LOVE)과 ‘증오’(HATE)가 대문자로 새겨져 묘한 대조를 이뤘고, 세상을 떠난 팝스타 프린스가 평소 즐기던 스타일의 보랏빛 정장도 시선을 사로잡았다.
/연승기자 yeonv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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