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 정상의 도착을 하루 앞둔 25일 하노이는 경계감과 기대감이 시시각각 고조되는 모습이었다.
가장 눈에 띈 것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숙소로 유력한 멜리아호텔에 미 백악관 프레스센터가 설치된 것이었다. 프레스센터는 김 위원장이 머물 것으로 보이는 메인 건물이 아닌 컨벤션센터가 있는 뒤쪽 별도 건물에 차려지며 이 호텔에서 숙박도 할 것으로 보인다. 건물은 다르지만 김 위원장의 움직임이 백악관 기자들에게 노출되는 ‘적과의 동침’이 연출될 것으로 보인다. 최고 지도자 동선을 철저히 비밀에 부치는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김 위원장의 여유 있는 모습을 노출하고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포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경계도 갈수록 강화하고 있다. 멜리아호텔 앞에는 소총으로 무장한 베트남 군인들의 경계가 시작됐다. 24일까지만 해도 무장한 병력은 없었고 제복을 입고 곤봉을 찬 인력만 배치됐지만 이날부터 무장한 군인들이 등장했다. 김 위원장 예상 도착일인 26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는 로비의 식당과 1층 바만 이용할 수 있고 고층 라운지바는 전면 폐쇄돼 일반 투숙객의 이용이 금지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검색대도 설치됐다. 호텔 관계자는 “25일부터 이곳이 보안구역으로 지정됐다”고 설명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머물 것으로 유력시되는 JW매리엇호텔은 멜리아호텔·영빈관 등과는 차로 30여분 떨어져 있다. 이곳 역시 트럼프 대통령이 24일 “25일 하노이를 향해 출국한다”고 밝히면서 경계 태세가 강화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오후8시30분(현지시각·한국시각 오후10시30분)에 도착할 예정이며 27일 오전11시 주석궁에서 응우옌푸쫑 국가주석과, 정오에는 정부 건물에서 응우옌쑤언푹 총리와 각각 회담한 뒤 28일 베트남을 떠날 예정이다.
호텔 정문에는 미 수송기 편으로 먼저 도착한 대통령 전용 의전차량인 캐딜락원, 이른바 ‘비스트’가 세워져 있었다. 다만 테러 위험, 일반인들의 관심 집중 등으로 대형 탑차와 검은색 벤으로 차벽을 세워 도로나 인도에서는 쉽게 알아볼 수 없게 해놓았다. 호텔 진입로에는 소총을 몸 앞에 건 베트남 군인과 제복을 입은 베트남 정부 관계자 등 10여명이 삼엄한 경계를 서고 있었다. 호텔 로비에도 25일 오후 현재 검은색 가림막으로 가린 채 검색대 설치가 한창이었다. 호텔 측 관계자는 ‘트럼프 대통령 방문으로 바쁜가’ ‘내일 도착하나’라는 질문에 “답할 수 없다”며 보안에 신경 쓰는 모습을 보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도착하면 5층 레지덴셜 스위트룸에 머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층은 출입이 통제됐고 호텔 직원들이 여러 집기를 나르느라 분주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이 밖에 베트남 현지 언론은 경찰 100여명이 북미 정상이 지나갈 교차로와 호텔 주변의 안전상황을 점검했으며 장갑차 두 대가 경계 작업에 투입됐다고 전했다.
긴장이 고조되는 동시에 시내 정비 작업도 한창이었다. 하노이 시내 곳곳의 가로등에 꽃바구니가 걸렸고 물을 주는 하노이 당국의 모습도 눈에 띄는 등 말 그대로 ‘꽃단장’ 중이었다. 베트남 현지언론은 하노이 인민위원회를 인용해 “4,000개 이상의 꽃바구니, 약 50만송이의 꽃이 하노이 시내에 걸렸다”고 보도했다. 하노이 대부분의 지역에는 영어로 2차 북미정상회담을 알리는 팻말이 설치됐는데 정상회담 장소로 거론되는 소피텔레전드메트로폴호텔 앞에는 한글로 ‘조선·미국 하노이 수뇌상봉, 윁남’이라고 적힌 천막이 나부껴 눈길을 끌었다. ‘윁남’은 베트남의 북한식 표현으로 풀이된다.
한편 김 위원장 도착에 맞춰 베트남 철도와 도로도 사실상 전면 통제된다. VN익스프레스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24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하노이와 베트남 북부 동당역을 잇는 노선의 열차 운행이 중단된다. 하루 한 편인 국제여객열차만 평소대로 동당역을 지나며 다른 기차는 동당역 직전 역인 랑선역에서 되돌아온다. 또 25일 오후7시부터 26일 오후2시까지 동당시와 하노이를 연결하는 국도 1호선 170㎞ 구간에 대해 10톤 이상 트럭과 9인승 이상 차량의 통행을 금지했다. 특히 26일 오전6시부터 오후2시까지 모든 차량 통행을 금지해 김 위원장이 이 시간대에 승용차로 하노이에 입성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하노이=이태규기자 classic@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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