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공정거래법과 상법 개정은 기업 지배구조를 뒤흔들 만한 파괴력을 가진 사안이다. 다중대표소송제를 도입하고 집중투표제를 의무화하거나 전속고발권을 폐지하는 등 기업에 부담을 안기는 것 일색이다. 가뜩이나 경영환경 악화에 시달리는 기업들은 충분한 논의와 보완책이 필요하다며 줄곧 신중한 처리를 호소해왔다. 이런 중차대한 법안을 현장의 의견수렴이나 여야 합의도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으로 밀어붙인다면 경제 전반에 심각한 후유증을 낳을 수 있다.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이 엊그제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 투기자본에 경영권을 다 내주게 되는 것”이라고 경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게다가 여권 일각에서는 금융그룹감독법이나 유통산업발전법 등 다른 규제법안까지 슬쩍 끼워 넣겠다고 한다니 어이가 없다.
그러잖아도 국회에는 한시가 급한 경제법안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다. 국회가 장기간 개점휴업 상태에 빠지면서 탄력근로제 확대나 최저임금 결정체계 개편처럼 일자리를 늘리고 사회안전망을 강화하는 민생문제는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이런 와중에 집권여당이 팍팍한 서민들의 생활고를 덜어주기는커녕 엉뚱하게 기업의 목줄을 죄는 법안 처리에만 몰두하는 것은 선후가 뒤바뀐 일이 아닐 수 없다. 가뜩이나 글로벌 경기가 위축되는 가운데 기업을 규제하고 경영권을 흔든다면 뒷감당은 누가 할지 묻고 싶다.
경제가 어려울수록 기업활동에 영향을 미치는 법안은 충분한 여론 수렴 절차를 거쳐 신중하게 처리해야 한다. 20대 국회가 반시장 법안을 졸속 처리해 산업현장의 혼란을 부추기는 잘못된 선례를 남겨서는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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