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신보는 형사와 영매의 귀신처럼 날카로운 수사극이 온다. 귀신이 범인을 지목하고, 이를 사람이 수사하는 스토리는 많았으나, ‘빙의’의 적은 20년 만에 부활한 연쇄살인마 사형수의 영혼. 만만치 않은, 그래서 더 신선한 수사극이 눈 앞에 다가왔다.
26일 서울 강남구 논현동 임피리얼팰리스 서울에서 OCN 수목 오리지널 ‘빙의’ 제작발표회가 진행됐다. 최도훈 감독과 배우 송새벽, 고준희, 연정훈, 조한선, 박상민, 이원종이 참석해 작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다.
‘빙의’는 맑은 영의 소유자인 불량형사 강필성(송새벽)과 강한 영적 기운을 지닌 영매 홍서정(고준희)이 20년 전 사형당한 연쇄살인마의 영혼과 맞서게 되면서 벌어지는 기막힌 인연을 담은 작품이다.
OCN은 최근 ‘손 더 게스트’나 ‘프리스트’와 같이 영혼을 소재로 한 작품을 대거 선보였다. 영화 ‘검은 사제들’ 이후 부쩍 관심이 늘어난 영혼과의 조우, 구마의식 등에 대한 관심이 드라마의 장르물로 확장돼 자리를 잡아가는 중이다. ‘빙의’ 역시 이와 같은 범주에 포함되나 최도훈 감독은 “결이 다르다”며 소재를 풀어가는 방식에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 감독은 “굳이 따지자면 ‘빙의’는 ‘도깨비’ 같은 드라마라고 할 수 있다”며 “미스터리 스릴러 뿐만 아니라 판타지, 로맨스, 코미디, 휴머니즘까지 들어있어 재미있는 드라마가 될 수 있을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작품은 공포심을 자극하는 악령보다는 사람 중심으로 흐른다. 초반에는 가볍고 코믹하다 후반으로 갈수록 무거워진다. 배우로서 성장한 길도, 특징도 다른 송새벽과 고준희를 주연으로 캐스팅해 의외성에서 오는 신선함도 기대를 갖게 한다. 최 감독은 “연출 잘한다는 말의 70%는 캐스팅이다. 이들의 호흡은 보시면 알겠지만 독특하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분노의 시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이야기한다. 최 감독의 말을 빌어 박희강 작가는 분노한 이들의 광기어린 행동을 어떻게 담아낼 수 있을까 고민했다. 악령을 통해 분노의 시대를 표현하고, 주인공을 통해 이를 어떻게 극복할지를 논한다. 최 감독은 “얼마 전 지하철에서 난동부리던 취객을 어느 행인이 안아주던 영상, 우리 작품도 그와 비슷한 느낌”이라고 전했다.
두 번째 드라마 출연에 주연을 꿰찬 송새벽은 솔직하게 부담과 각오를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그는 “이런 작품을 잘 해낼 수 있을가 굉장히 부담스럽고 버거웠다”며 “그런데 놓치기는 싫었다. 그러면 ‘모 아니면 도인데 한번 도전해보자’ 해서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의 부담처럼 작품은 생소한 부분이 많다. 영매와 영혼이 순수한 형사의 결합, 사형된지 20년 만에 영혼이 부활한 연쇄살인마, 송새벽과 고준희의 독특한 조합 등 많은 부분에서 불안하거나 반대로 신선하게 느껴진다.
송새벽은 고준희에 대해 “첫 느낌은 인물에 비해 너무 예쁘지 않나 하는 생각 들었으나 촬영 해보니 제스처나 작품에 대한 태도나 말투가 캐릭터와 많이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고, 고준희는 “연기호흡은 이번이 처음인데도 개인적으로 케미가 좋은 것 같다”며 기대를 높였다.
관련기사
주인공들을 둘러싼 정체를 알 수 없는 인물들의 캐릭터 역시 뚜렷하다. 대기업 상무로 특별출연하는 오수혁(연정훈)을 비롯해 두 얼굴의 외과의사 선양우(조한선), 조직폭력배 보스 장춘섭(박상민), 경찰서 강력반장 유반장(이원종)까지. 제작발표회에 참석한 배우들은 저마다 말을 아끼고, 때로는 말을 막으며 조금이라도 새어나갈 수 있는 스포일러에 민감하게 반응했다.
이원종은 “재미있다. 연극하다 영화하다 OCN 드라마를 촬영하다 보면 영화의 갈증을 함께 풀어낼 수 있다”며 “이 배우들의 면면을 보면 잘 합쳐지지 않을 것 같지만, 그런데 또 합쳐지니 묘하다”고 말했다.
‘뱀파이어 검사’ 이후 7년 만에 OCN 드라마에 출연한 연정훈은 “OCN 드라마는 새로운 것을 창조해볼 수 있는 기회”라며 “예전에도 새로운 장르물에 대한 촬영과 연기에 고민이 많았고, 그 부분이 녹아들어 많이 사랑해주셨다. 이번에도 기존에 없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고, 배우로서 즐거운 마음으로 참여했다”고 만족스러운 평을 전했다.
3년만에 드라마로 컴백한 조한선은 촬영 전까지 캐릭터 분석에 상당히 고민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는 “촬영 전까지 정말 고통스러웠다. 양면의 인물을 입체적으로 표현하는데 많이 힘들었다”며 “대사부터 어떻게 정의해야 할지 감독님과 선배들과 많이 논의했는데 실제 촬영에 들어가니 너무나 편했다. 선배들이 편하게 만들어주신 부분도 있고, 많이 배우기도 했다”고 말했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마이크를 넘겨받은 송새벽은 “조한선이 촬영 직전에 이야기좀 하자고 우리집에 와서 2박3일을 있었다. 서로 주구장창 캐릭터 이야기만 했는데 그 시간이 나야말로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조한선은 “같이 연기하면서 불편하면 어렵다. 서로 친해지고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편해지고 분위기도 한결 좋아졌다”고 화답하며 훈훈한 분위기를 전했다.
한편 ‘빙의’를 통해 악(惡)이 되살아나고, ‘빙의’를 통해 그를 수사하는 독특한 소재로 눈길을 끄는 OCN 수목 오리지널 ‘빙의’는 3월 6일 밤 11시에 첫방송된다.
/최상진기자 sestar@sedaily.com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